해외CB(전환사채)와 BW(신주인수권부사채)는 뭉칫돈을 굴리는 큰손(거액투자자)이나 기관투자자에게는 더없이 매력적인 상품이다.

원금과 이자가 보장돼 투자손실을 입을 염려가 없는데다 발행기업의 주가가 올라가면 주식으로 바꿔 시세차익도 올릴 수 있다.

주가하락시엔 전환가격을 최대 액면가 까지 낮춰주기 때문에 웬만하면 차익이 확보된다.

물론 CB.BW는 국내에서도 공모 또는 사모로 발행할 수있다.

하지만 복잡한 유가증권신고서를 내야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신고의무가 없고 외자유치 효과도 거둘 수있는 해외 CB.BW를 주로 발행한다.

◇ 해외 CB.BW의 국내반입 경로 =코스닥 등록업체인 D사는 얼마전에 잘 알지도 못하는 국내 컨설팅업체로부터 이상한 제의를 받았다.

홍콩계 자금을 확보해 놨으니 CB나 BW를 발행하지 않겠냐는 것.

발행업무를 대행할 증권사를 알선해 주겠다고 했다.

발행규모는 시가총액의 20%가 적절하다는 나름대로의 ''자문''도 곁들였다.

코스닥 기업중엔 이런 제안을 받고 CB나 BW를 발행하는 기업이 적지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바로 이런 컨설팅업체들이 해외 CB.BW를 국내로 들여오는 브로커라고 증권회사 인수팀 관계자들은 전한다.

브로커들은 해외투자자와 국내투자자 그룹을 셋팅해 놓은 뒤 코스닥기업에 이들 사채의 발행을 제안한다.

컨설팅회사가 다 알아서 발행절차를 밟아주니 기업으로서는 여간 편한 일이 아니다.

브로커들은 회사로부터 발행금액의 1∼3%를 수수료로 받는다.

국내기업이 발행한 CB는 브로커의 중개로 해외인수자의 손을 거쳐 곧바로 국내 투자자들에게 넘어온다.

브로커들은 아예 홍콩 등지에 국내 CB인수를 위한 역외펀드를 만들어 놓고 이를 통해 국내 기업이 발행하는 CB BW를 인수해 국내로 들여오기도 한다.

국내 수요자가 해외 유통시장에 떠도는 CB BW를 매입해 들여오는 경우도 있다.

K증권 기업금융팀 관계자는 "외국환계좌를 터놓고 해외 CB를 인수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으며 국내 증권사 투자회사등도 파생상품운용차원에서 CB 등을 매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례로 현대투신증권은 아이텍스필 CB가 해외시장에 매물이 나와 상품운용(증권사 수입증대 목적) 차원에서 샀다고 밝혔다.

◇ 주요 국내 반입사례 =비테크놀러지는 지난해 10월말 1천3백만달러의 CB와 7백만달러의 BW를 유로시장에서 공모로 발행했다.

그러나 회사측은 일주일 뒤 이들 주식연계 채권을 전량 되매입했다.

BW의 경우 채권(B)과 신주인수권(W)을 분리, 채권은 회사측이 갖고있고 신주인수권은 주당 8백여원씩 4억7천만원에 매각했다.

이 신주인수권은 비테크놀러지의 대주주인 장석원 사장이 거의 다 사들였다.

회사측은 장사장이 지분확대를 위해 신주인수권을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되매입한 해외CB는 1백만달러어치를 J금고에 다시 팔고 나머지는 회사측에서 보유중이다.

결과적으로 비테크놀러지는 해외CB BW로 한푼의 외자도 유치하지 않았다.

다만 장 사장의 지분만 늘려준 셈이다.

증권업계는 대주주가 지분확대를 위해 해외CB와 BW를 발행한 뒤 되사오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코스닥기업이 발행한 해외CB BW가 국내로 되돌아오는 사례는 CB 등의 주식전환 청구자 명단을 보면 보다 명확하게 드러난다.

코스닥의 전자부품업체인 지이티가 지난해 7월 발행한 해외CB 5백50만달러(61억4천여만원)는 46억원어치가 배우섭 김영우 김영순 김병태씨등 20여명의 개인명의로 전환청구가 이루어졌다.

이들은 대부분 대부분 대주주의 친인척이거나 특수관계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전환가격이 주당 1천7백70원인데 비해 전환기간 주가는 2천7백원-3천7백원대를 유지, 대주주의 친인척들은 해외CB로 엄청난 차익을 올렸다.

이 뿐만이 아니다.

맥시스템 서울시스템 M플러스텍 세원텔레콤 우영 가로수닷컴 재스컴등 웬만한 기업의 해외CB BW의 전환청구자 명단에는 국내인 이름이 올라있다.

P모씨 K모씨 등처럼 이회사 저회사의 전환청구자 명단에 복수로 등장하는 이름도 적지 않다.

해외거주 한국인도 포함돼 있으나 대부분은 해외CB BW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국내 큰손들이라고 D증권 인수팀장은 전했다.

코스닥기업의 해외 CB.BW가 기업으로서는 외자유치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나라전체로 보면 외자유치보다는 큰손과 기관투자자, 더 나가서 대주주 친인척의 재산증식만 도와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