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년말 아시아나항공의 코스닥등록 주간사를 맡았던 대신증권 등은 이 회사의 2000년 경상이익을 2천20억3천만원으로 추정해 제시했다.

실적이 엄청나게 좋아질 전망이니 공모주 청약을 하라는 권유였다.

하지만 지난해 결산 결과 아시아나는 흑자는 커녕 무려 8백79억3천만원의 경상적자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2000년 10월 등록된 바이어블코리아도 적자가 나지는 않았으나 실적은 주간사(LG투자증권) 추정치와 엄청난 격차를 보였다.

LG가 지난해 경상이익을 1백23억5천만원으로 추정한데 비해 실적은 42억4천만원에 그쳤다.

신규 등록기업에 대한 주간사 증권사의 ''뻥튀기'' 부실분석 사례는 이외에도 수두룩하다.

증권사별로는 주간사를 맡았던 등록 기업의 절반 가까이를 부실하게 분석한 곳도 있을 정도다.

코스닥 신규등록 기업에 대한 주간사들의 이같은 부실 분석은 증권회사간 과당경쟁과 인력부족, 코스닥시장의 거품 등이 빚어낸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99년과 2000년은 코스닥시장이 급팽창한 시기다.

투자자들의 코스닥주식 매입 붐이 일어났고 이를 기회로 증권회사들은 코스닥 상장(등록) 주선으로 주간사 수수료 수입을 많이 올렸다.

2년동안 모두 2백74개 기업의 공모(상장)가 이뤄졌다.

증시 사상 최대 코스닥 기업공개 기록이다.

대형 증권사는 물론 중.소형 증권사까지 코스닥 상장 주선업무(주식인수 업무)를 확대했다.

과열 경쟁으로 인해 증권가에서는 ''코스닥 공모업무 입찰''이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였다.

증권사 인수팀 관계자들은 "당시 공개(코스닥 등록)를 준비중인 기업은 대부분 증권사들을 경쟁케 해 공모가격이나 기업실적 추정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제시하는 회사를 주간사로 정하는 입찰이 공공연하게 이뤄졌다"고 전했다.

등록예정 기업에 대한 증권회사들의 실사도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행됐다.

금융감독원은 적어도 주간사 계약 체결 6개월 전부터 기업에 대한 실사를 하라고 주문한다.

그러나 신규등록 기업의 증언을 들어보면 실사기간은 고작 3∼5일 정도에 그친다.

유가증권신고서에 기재된 실사 일지엔 기업금융부직원 애널리스트 공인회계사 등 관계자 여러 명이 3~4회에 걸쳐 실사를 한 것으로 기재돼 있지만 실제로는 기업금융팀 관계자 1~2명이 한차례 실사하는 것으로 그친다는 것.

대형 D증권사 관계자는 "지난해 10명 정도의 인원으로 30여건의 등록을 성사시켰다"며 "한 사람이 같은 기간에 3∼4개 기업의 등록을 진행해야 하는 마당에 어떻게 실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시장점유율과 수수료 욕심 때문에 능력 이상으로 IPO(기업공개)를 추진하면서 기업 분석이 부실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부실 분석의 피해가 공모주 투자자와 등록을 준비중인 벤처기업에 미치게 된다는 점이다.

뻥튀기 분석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아시아나와 바이어블의 경우 등록 후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져 청약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었다.

또 IPO 시장에선 제재 대상인 대형 증권사와 제재를 받지 않는 중.소형 증권사간 이전투구가 벌어지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제재예정 사실을 무기로 벤처기업을 유혹하고 제재대상 증권사들은 솜방망이 제재에 그칠 것이라며 주간사 계약 체결을 종용하고 있다.

벤처기업은 갈 길이 바쁘지만 어느쪽 말을 들어야 할지 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제재 여부 및 강도에 대해 증권당국이 서둘러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증권업협회는 현재로선 법대로 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그렇게 되면 등록을 추진중인 벤처기업은 엄청난 혼란을 겪게 되고 IPO 시장은 중.소형사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성근.임상택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