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미국의 두차례 금리인하 이후 세계 각국이 잇따라 금리를 낮추고 있다.

국제금리의 동반인하 시대인 셈이다.

문제는 당초 금리인하로 기대됐던 증권시장과 경제안정에 미치는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크게 우려된다는 점이다.

이는 앞으로 증시와 경제안정을 위해 금리를 내리고 싶어도 내릴 수 없는 일종의 딜레마 국면에 처할 가능성을 예고해 준다고 볼 수 있다.

◇ 금리인하 효과 얼마나 있나 =통상적으로 금리 조정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시차가 3∼6개월인 점을 감안하면 올들어 각국이 단행한 금리인하 효과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데는 아직 때이른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타난 정황을 놓고 볼 때 과거의 금리인하에 비해 증시와 경제안정에 미치는 효과는 의외로 작게 나타나고 있다.

여러 요인이 있으나 최근처럼 세계 경기가 침체 국면에 놓여 있을 때는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금리인하에 따라 금융비용이 줄어들어도 경제 주체들이 소비나 투자를 주저하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다시 말해 금리와 총수요간의 관계가 ''비탄력적''이기 때문이다.

◇ 새로운 도덕적 해이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무엇보다 최근처럼 금리인하를 통해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에 계속 개입하다 보면 시장 참여자들이 제 역할을 하기보다는 증시와 경제가 침체될 때마다 금리인하와 같은 구제 조치를 바라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개도국일수록 이런 현상은 심하다.

이에 따라 증시와 경제 여건으로 봐서는 금리를 더 내려야 하는데 정작 금리를 내리면 시장 참여자들의 모럴 해저드가 심해질 우려가 높아 중앙은행들이 궁지에 몰리면서 정책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자주 목격된다.

이밖에 침체 속에서도 세계 각국 경기에 인플레 요인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기 위해 돈을 풀다 보면 스태그플레이션을 조장할 우려가 높다.

◇ 어떻게 증시와 경제를 안정시키나 =결국 이런 상황에서 금리인하가 제대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시장 참여자들의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전격적이고 대폭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만큼 금리인하에 따른 부담(정책 비용)이 과거에 비해 커졌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앞으로 중앙은행들은 금리인하에 따른 정책 비용을 줄여나가는 차원에서 최근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미국에서는 정책의 주안점이 금리인하에서 세금감면책으로 옮겨가고 있다.

뉴욕 증시 참여자들도 금리인하보다는 인플레 안정 여부와 세금감면책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이런 차원에서 회계연도마다 2천억달러의 재정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 경제는 건전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재정 면에서 여유가 없는 우리와 일본 경제는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