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나스닥시장이 국내 증시에 먹구름을 몰고오고 있다.

나스닥지수는 최근 이틀간(거래일 기준) 9%나 급락하면서 전저점 붕괴를 위협했다.

이 여파로 SK텔레콤 등 통신주가 크게 하락하면서 종합주가지수도 다시 600선 밑으로 주저앉았다.

나스닥지수의 향방에 대해서는 속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하락추세가 이어질 경우 국내 증시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나스닥시장의 불안이 국내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두가지다.

우선 경기민감주인 반도체 정보통신등 기술주의 하락세는 미국 뿐 아니라 국내 경기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바닥논쟁이 일고 있는 국내경기의 앞날도 순탄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다른 하나는 수급측면.한국증시에 참여하고 있는 외국인은 그동안 나스닥지수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만큼 이들이 ''팔자''로 돌아서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다행히 아직까지 그런 조짐은 없다.

외국인은 이날 거래소에서 2백46억원을 순매도하는데 그쳤다.

◆불안한 나스닥시장=나스닥지수는 지난 16일 4.99% 떨어진 이후 20일 다시 4.41%나 급락했다.

16일엔 기업실적 악화가,20일엔 지난주말 발표된 생산자 물가지수가 악재로 작용했다.

1월중 생산자 물가지수는 예상치(0.3%)를 웃도는 1.1%로 나타나 물가불안심리를 부추겼다.

현지 전문가들은 물가불안이 지속될 경우 추가적인 금리인하는 어려워지고 심지어 연준리(FRB)가 금리인상에 나설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증폭되면서 기술주가 급락했다고 전했다.

이로써 나스닥지수는 2월들어 지난 1월의 상승분을 다 까먹으면서 지난 1월3일 기록한 전저점(2,251.72) 붕괴를 위협하고 있다.

맹영재 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은 "지난 1월초의 저점인 2,250선을 지키지 못하면 2,000선 지지도 장담할수 없을 정도로 투자심리가 악화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소비증가가 물가상승 예상치에 근접할 경우 반등세가 나타날수 있으나 현재로선 기술적 반등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은 아직 관망세=이틀간 나스닥이 폭락했지만 외국인의 순매도금액은 많지 않았다.

당장 행동으로 옮기기 보다는 관망하고 있다.

외국증권사 브로커들은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세로 전환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길영 ING베어링증권 상무는 "외국인도 저금리와 그에 따른 유동성 증대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면서 "당분간 나스닥추이와 함께 국내 유동성 보강여부를 지켜보는 관망세를 유지할 것 같다"고 말했다.

권지훈 ABN암로증권 이사는 "미국시장이 급반등할 가능성은 적지만 한·미의 주가 동조화현상이 많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에 나스닥지수 하락에 따른 외국인 매도세는 예상보다 많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외국인의 매물은 전세계적으로 투자등급이 하향되고 있는 통신주를 팔고 다른 종목을 사는 교체매매의 일환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종목별 명암=나스닥지수 하락세는 국내 증시 내부의 명암을 갈라놓고 있다.

이날 SK텔레콤 한국통신 삼성전자등 통신 및 반도체주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경기에 민감한 성장주는 좀 더 관망하자는 분위기다.

상대적으로 가치주가 관심을 끌고 있다.

실적이 뒷받침되고 외국인및 기관의 비중이 낮은 중소형 개별종목이 상대적으로 강세다.

윤창보 튜브투자자문 상무는 "시장의 매기(買氣)가 나스닥 충격을 피해 중소형주로 몰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