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8백만원으로 3년만에 2천억원을 번 사나이"

베일에 싸였던 젊은 벤처투자가 윤승현(26)씨가 다음달 1일 인천국제공항의 외국관광객 부가세환급서비스업체인 코리아리펀드의 대표이사로 취임하기에 앞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온라인 브랜드 컨설팅그룹인 네임빌,CF를 활용한 마케팅업체인 WOW CF,세계적 오락네트워크를 갖춘 아이팝콘,전세계 캐릭터 라이선스회사인 죠이스퀘어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알짜배기로 소문난 회사들이다.

이밖에 지문인식 솔루션업체인 유니온커뮤니티,여성포털사이트 뷰티나우 등 20여개 회사의 창업에 참여하거나 주요 주주여서 벤처업계의 숨은 큰 손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기업의 경영은 모두 전문경영인 몫이다.

그가 젊은 나이에 벤처업계의 큰 손으로 발돋움한 것은 ''위기는 곧 기회''라는 등식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IMF 경제위기를 기회로 삼아 바닥 깊은줄 모르고 추락하는 주식을 거둬들인게 적중해 벤처투자가로 변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우리나라가 IMF 경제위기에 빠진 98년 윤씨는 서울대 성악과를 갓 졸업한 성악가에 불과했다.

그는 늘 ''소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다른 길을 찾아오던 중이었다.

그러던중 주식시장이 붕괴되는 걸 보고 아르바이트와 용돈으로 4년동안 모은 3천8백만원을 들고 증권회사를 찾았다.

''나라가 망하면 그동안 모은 돈도 휴지조각이 된다''는 생각에 주식에 몽땅 털어넣었다.

그가 사냥한 주식은 하나증권 우선주를 비롯한 증권주.

몇달 뒤 14일 연속 상한가를 쳤다.

기회를 포착한 그는 보유주식을 모두 팔아 11억8천만원의 현찰을 거머쥐었다.

이번에는 코스닥시장에 등록하기 전 단계인 프리코스닥시장에 눈을 돌렸다.

지인의 소개를 받아 처음 찾아간 곳이 인츠닷컴.

이진성 사장을 비롯한 직원들의 열기에 반한 그는 가진 돈을 모두 투자했다.

99년 프리코스닥 시장에 열풍이 불면서 그는 수십배의 이익을 남겼다.

"평상시에는 주식시장의 흐름을 따라야 하는게 정석이지만 경제 현상이 극한 상황에 빠졌을 때는 그 반대로 움직여야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윤씨의 투자비법은 간단했다.

하지만 모든 투자결정이 놀라우리만치 적중했다.

그는 두번의 큰 성공을 바탕으로 벤처투자에 본격 나서 옥션 이네트 시큐어소프트 등 성장전망이 밝은 회사에 잇따라 투자했다.

그는 "지금까지 투자한 기업의 미래가치를 모두 합치면 코리아리펀드를 포함해 2천억원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벤처투자에 식견을 갖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서울대 석·박사들이 모여 만든 벤처동아리 SNU Ventures의 멤버들과 교류를 가진게 큰 자산이었다.

그가 벤처업계의 실력자가 된 것은 행운이 뒤따랐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윤씨는 한번 만난 사람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특유의 친화력을 갖고 있다.

자신의 나이가 어려서인지 만나면 일단 ''형''이라고 부르고 본다.

60세인 모 창투사 회장에게 큰 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넉살도 좋다.

60세의 회장이 기분좋게 윤씨를 아우로 삼을 정도다.

윤씨는 "우리나라 경제는 국내 벤처업계의 어깨에 달려있다"며 "한국의 손정의가 되는게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