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시즌이 다가오면서 12월말 결산법인에 비상이 걸렸다.

우선 지난해 내내 주가가 떨어져 주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배당률을 높여 주주들의 불만 누그러뜨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시가 대비 배당률이 워낙 낮아 주주들을 달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실적 악화로 배당을 하지 못하거나 배당금을 줄인 회사들은 곤욕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를 중심으로 한 소액주주들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에 사외이사를 추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또 분식회계 근절 등 회계 투명성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회계법인들 역시 엄격한 회계원칙을 적용해 분식회계 혐의가 있는 기업에 대해선 ''감사 의견 거절'' 등의 고강도 대응에 나서는 추세다.

◆ 주가 하락과 저배당 =지난해 SK텔레콤은 9천5백6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전년과 비교하면 순이익 증가율이 2백15%에 달한다.

하지만 SK텔레콤의 주가는 지난 99년말 40만원 대에서 최근 25만원 대로 주저앉은 상태다.

회사측은 주가 하락을 보상하기 위해 배당을 전년(37%)보다 대폭 높인 1백8%(액면 기준)로 정했다.

하지만 지난해말 종가를 기준으로 한 시가배당률은 0.21%에 불과하다.

노근환 동양증권 리서치팀장은 "장기투자 위주의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기업의 낮은 시가배당률을 문제삼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포철의 경우 주주들에게 지급하는 배당금 총액이 2천4백12억원이지만 이는 지난해 포철이 낸 기부금(4천4백억원)의 절반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배당성향(순이익 중 배당금의 비중)이 전년의 13.8%에서 8.8% 수준(보통주 기준)으로 오히려 낮아졌다.

영업환경 및 실적 악화로 배당을 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경영진의 능력 문제가 불거질 공산도 없지 않다.

◆ 지배구조 개선 요구 =참여연대를 중심으로 한 일부 소액주주들은 다음달 9일로 예정된 삼성전자 주총에서 전성철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키로 했다.

소액주주 추천 사외이사를 통과시키기 위해 참여연대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위임장을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외에서 IR(기업설명회)를 개최하고 경영진이 직접 해외투자자들을 만나 설득하는 등 참여연대를 견제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SK나 현대중공업 등은 계열사 지원 문제나 조기 계열분리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SK는 지난해말 계열사들과 부동산 및 주식을 거래한 것에 대해 계열사 부당지원이란 의혹을 받고 있다.

오는 4월 기업분할이 예정된 LG화학의 경우 경영진을 어떻게 편성할지가 이번 주총에서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 회계 투명성 정착 요구 =회계법인들은 이번 결산감사에서는 분식회계를 철저히 적발키로 방침을 정했다.

대우그룹 분식회계로 인해 회계를 담당했던 산동회계법인이 청산으로 내몰린 만큼 엄격한 회계기준을 적용하지 않으면 향후 불이익을 당할 것이란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한 상장기업 대표는 "그동안 적자 반영을 미뤄 왔던 요소를 회계법인이 이번 결산에 모두 반영하라고 요구하고 있어 난감하다"고 전했다.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이번 결산에서 매출이나 이익이 예상보다 줄어든 기업이 상당수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도 기업이 회계장부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을 경우 소송도 불사한다는 태도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양영태 변호사는 "대우 사태를 계기로 부실 회계로 비롯된 손실을 소송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문의가 부쩍 늘고 있다"고 밝혔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