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활성화"가 시중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는 가운데 김대중 대통령이 국내외 증시 관계자들을 8일 낮 청와대로 초청, 증시현안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이날 청와대로 초청된 사람은 진념 부총리겸 재정경제부장관과 국내 증권사 대표 50명, 외국증권 대표 7명, 선물회사 대표 10명, 투자신탁운용회사 대표 24명, 자산운용사 대표 12명, 국민연금기금 등 연기금 대표 4명 등이었다.

다음은 김 대통령과 진 부총리, 참석자 대표들의 대화 내용.

▲진 부총리 =지난해 큰 폭의 주가 하락으로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재산상의 피해로 인한 충격을 준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증권시장은 지난해의 깊은 침체에서 벗어나 조금씩 새로운 기운을 되찾아가고 있다.

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면 주가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

▲오호수 LG증권 사장 =올들어 증권시장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큰 활력을 되찾고 있다.

정부는 연기금의 주식 투자를 늘리고 회사채 신속인수 등 자금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했다.

이런 정책은 시장에서 공감을 얻고 신뢰를 되찾는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우리 증권시장은 선진국에 비해 취약하다.

개인투자 거래 비중이 높은데 반해 기관투자가의 역할은 크게 부족하다.

또 외국인 자금의 움직임에 민감하다.

기관투자가들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덕훈 대한투자신탁증권 사장 =지난해 상당히 어려웠다.

채권시장은 거의 거래가 중단되는 등 신용경색 현상이 일어났다.

그러나 몇가지 정부 정책으로 자금시장의 숨통이 다소 트이고 있다.

신주인수제 도입 등으로 채권시장 경색현상이 풀리고 주식시장도 좋아지고 있다.

증시 관련 정책을 적기에 시행해야 한다.

업계가 많이 낙후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증권회사는 고객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했다.

정부가 시의적절한 정책을 세워주면 증권사의 경쟁력은 높아질 것이다.

업계를 신뢰해 달라.

증권업계는 불확실성 속에서 미래를 예측한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잘못으로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고 있다.

옥석이 구별되지 않아서 사장 이하 전직원이 위축돼 있다.

▲최운열 증권연구원장 =구조조정 과정에서 증시 불확실성이 높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부실 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도록 해달라.

전체 주주 중심의 기업이 되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 시장에서 평가받을 수 있다.

''당근 정책''이 있어야 한다.

시장이 신뢰할만한 지배구조를 갖춘 기업에 금리를 차등 적용하고 신용평가 때 우대해야 한다.

회사채 납부시 수수료 차별 등의 정책을 써야 한다.

▲진 부총리 =환율 조정은 시장 상황에 과감히 맡기겠다.

그리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을 정책에 반영하겠다.

정부는 인위적인 정책을 쓰지 않겠으며 쓸 수도 없다.

정부는 증권시장이 시스템으로 움직이며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다.

국내외 투자가들에게 주주 중심의 기업경영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김 대통령 =정부는 앞으로 연기금의 주식투자 비중을 대폭 늘려 나가겠다.

경제부총리가 이를 적극 추진할 것이다.

증권선물위원회와 코스닥위원회 증권거래소 등 증시 관련 기관들은 앞으로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증시 활성화에 노력해 주기 바란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