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국내에 유입되고 있는 외국인 자금의 성격이 투기자금이냐 투자자금이냐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현재 정책당국에서는 중.장기 투자성향이 짙은 투자자금이 많다고 보고 있다.

이에 반해 일부 시장참여자들은 단순히 금융수익을 노리는 투기자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이 문제는 앞으로 외국인 자금의 향방과 국내주가 흐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중대한 변수다.

◆ 국제투자자금 어떻게 변하고 있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세계 증시가 조정국면에 진입함에 따라 국제간 자금흐름 구조가 빠르게 투기자금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러시아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 이후 한동안 위축됐던 헤지펀드들의 활동이 재개되고 있는 점이다.

한때 1천5백여개로 줄어들었던 헤지펀드 수가 최근 들어서는 3천3백개로 늘어난 상태다.

헤지펀드들의 수익률을 나타내는 CSFB/클레몬트 지수도 지난해 30% 상승한데 이어 올들어서도 5% 이상 오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각종 뮤추얼펀드들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떨어진 수익률을 만회하기 위해 고위험.고수익 자산을 선호하고 있는 데다 평균 투자회임 기간도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1년 이상이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6개월 이내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이런 점은 갈수록 헤지펀드와 뮤추얼펀드간의 구별이 모호해지고 있음을 시사해 주는 것이다.

◆ 어떤 자금이 들어오나 =올들어 지난 주말까지 외국인 자금은 거래소 시장이 2조4천7백80억원, 코스닥 시장이 2천3백3억원 유입돼 총 2조7천1백12억원에 달하고 있다.

현재 외국인 자금은 엔화 약세에 따른 엔차입 자금과 지난해말 현금보유 비중을 크게 늘렸던 신흥시장 펀드들이 현금보유 비중을 줄이면서 국내에 유입되는 자금들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일부 연기금 자금이 유입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그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들 자금은 대부분 단순히 금융수익을 노리는 투기적 성격이 짙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종합주가 하락폭이 52%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데다 원화 가치(지난해말 기준)도 7% 정도 저평가된 상태다.

그만큼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 투자하면 주가시세차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소지가 높다는 점을 의미한다.

공교롭게도 올들어 이머징 마켓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 규모는 각국 통화가치의 저평가 정도와 지난해 주가하락폭에 비례하고 있다.

◆ 외국인 언제 팔까 =지난해 하반기 이후 헤지펀드를 비롯한 투기성 자금들은 이머징마켓 투자시 목표수익률을 약 30% 정도로 잡고 있다.

이 기준을 토대로 국내 증시를 본다면 종합주가지수가 650∼660선에 달할 때 외국인들이 차익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개인투자자들이 종전처럼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업종에 대한 즉각적인 공격매수에 나서고 있지 않아 차익실현을 위한 기회를 제공해 주지 않고 있으나 그 시기가 임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젠트증권의 김경신 이사는 "지금처럼 외국인 주도로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 결국 개인투자자들은 추격매수에 나설 것"이라며 "외국인들이 순매도로 돌아서면 투자심리 위축돼 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국내 투자자들은 외국인을 추종하는 부화뇌동 투자보다는 중간 중간 차익을 실현해 나가면서 우리 경제기초여건(펀더멘털) 개선 여부를 보다 중시하는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유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하고 있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