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순매수 규모에 따라 주가가 출렁이고 있다.

외국인이 매수규모를 늘리면 주가의 상승폭은 커지는 반면 매수규모를 줄이면 오름폭은 줄어드는 모습이다.

기관투자가와 개인의 영향력은 외국인의 위력 앞에서 갈수록 초라해지는 양상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를두고 "외국인에 의한 유동성장세"라는 진단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가 그렇다.

올들어 증시에 신규로 유입된 자금은 사실상 외국인 자금이 전부다.

고객예탁금이 늘고 있지만 개인의 순매도규모를 감안하면 신규자금으로 보기는 힘들다.

이에비해 외국인은 올들어서 9일까지 증권거래소시장에서만 1조2천억여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관심은 이 자금이 과연 어떤 성격을 띠고 있는지 여부다.

자금의 성격이 규명돼야만 신규로 자금이 계속 유입될 것인지,유입된 자금은 증시에 언제까지 머물 것인지,이에 따라 주가의 움직임이 어떻게 될지를 가늠할수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유입되는 외국인자금은 미국금리인하와 엔화가치하락에 따른 신규자금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울러 이들 자금은 종합주가지수 700이하에서는 빠져나가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외국인에 의한 유동성장세=외국인은 작년 12월26일부터 7일째 순매수행진을 하고 있다.

올들어 순매수금액은 무려 1조2천1백62억원에 달한다.

최근 주가상승세는 외국인에 의한 것이었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닐 정도다.

실제 외국인이 순매수규모를 줄인 지난 8일부터 주가 상승폭은 좁혀졌다.

현대증권은 현재 외국인에 의해 연출되고 있는 유동성장세는 외환위기 직후 및 작년 신용경색이 일시 완화된 이후의 유동성장세와 흐름이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97년 하반기부터 98년초까지 주가는 두번의 상승국면을 연출했다.

또 작년 현대그룹사태로 야기된 신용경색이 일시 해소된뒤에도 역시 두번의 상승세를 탔다.

이 때의 공통점은 초기에 외국인이 대규모 매수를 보였다는 점이다.

작년 5월29일에서 6월12일까지 외국인은 무려 2조2천6백6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때 종합주가지수는 28.95% 상승했다.

현대증권은 이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의 국면은 외국인에 의해 주도되는 유동성장세의 초기라고 규정했다.

◆외국인 자금의 성격=해석이 분분하다.

미국의 금리인하와 한국 증시의 회복세를 활용해 한국 주식시장에서의 비중확대를 위한 장기자금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단기차익을 노린 헤지펀드라고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두가지 성격이 뒤섞여 있다는 해석도 있다.

교보증권은 최근의 외국인 자금은 엔화약세를 활용한 ''엔캐리(Yen-Carry)자금''이라고 분석했다.

엔화약세를 활용,엔화를 빌려 아시아증시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한국증시에도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임송학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지난 99년 상반기에도 엔화약세를 활용한 엔캐리자금이 증시에 유입됐다"며 "작년 12월26일부터 엔화약세가 본격화된 점을 감안할 때 현재 들어오고 있는 외국인 자금은 엔화약세를 활용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삼성증권은 한국증시의 성장성을 감안한 기존 펀드의 교체매매와 일부 단기 투기성자금이 섞여 있는 것으로 외국인자금의 성격을 규명했다.

국내에 들어와 있던 기존 펀드가 한국증시상황이 나아질 것을 기대하고 새로 매수를 시작한 측면도 있고 단기 투기성 자금인 헤지펀드가 새로 유입됐을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유출시기=관심은 외국인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될 것인지 여부와 언제 유출될 것인지 여부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대규모 외국인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기는 힘들겠지만 이미 유입된 자금이 단기간에 빠져 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새로 들어온 자금이 헤지펀드라고 할지라도 연쇄적인 미국의 금리인하와 그 수혜를 예상한 것이어서 당장 매물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