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뒤늦게 찾아온 산타클로스''

연초부터 외국인이 주식을 무더기로 사들이며 국내 증시를 설레게 하고 있다.

개장 이후 5일 현재까지 무려 1조3백5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단 4일만이다.

외국인이 이처럼 무차별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것은 보기 드문 현상이다.

주요 매수주문 창구인 외국계 증권사도 "웬 일인가"라며 뜻밖이란 표정을 짓고 있다.

실제 올해 홍콩과 중국시장이 한국시장보다 더 유망할 것으로 전망했던 외국 펀드매니저도 적지 않았다.

외국인은 도대체 어떤 배경에서 한국주식을 사들이는 것일까.

앞으로도 더 사줄 것인가.

시장의 관심은 온통 외국인에게 쏠려 있다.

◆ 어떤 종목을 주로 사들이나 =외국인이 사들이는 것은 대부분 대형 우량주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많다.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4일동안 순매수한 금액 1조3백59억원중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44.6%에 달했다.

다음으로 SK텔레콤(9백93억원) 국민은행(8백96억원) 포항제철(7백94억원) 주택은행(5백71억원) 한국전력(4백35억원) 삼성증권(3백85억원) 현대전자(3백22억원)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종합주가지수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주가 대부분이다.

지난 3일의 경우 상한가에 사달라는 매수 주문도 많이 내놓았을 정도다.

근래 찾아볼 수 없는 매매패턴이었다.

반면 이 기간에 LG전자 한국전기초자 신세계백화점 등은 순매도했다.

◆ 왜 사들이나 =더욱 주목되는 대목은 순매수 규모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4일 3천9백52억원어치를 순매수했으나 5일엔 4천4백7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64메가D램 가격이나 1백28메가D램 가격이 연일 하락세를 타고 있는 데도 삼성전자나 현대전자를 사들이고 있다.

시장관계자들도 의아스러울뿐이다.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수 배경을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이유중 하나다.

이렇다 보니 분석도 다양하다.

최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투자설명회에 다녀온 이남우 삼성증권 상무는 크게 두 가지로 설명했다.

이 상무는 "지난해 가을 미리 한국주식을 팔았던 헤지펀드들이 매수타이밍을 잔뜩 겨냥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런데 미국이 전격적으로 금리를 대폭 인하한 데다 한국 정부가 산업은행을 통해 회생가능한 기업을 지원키로 하자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인하에 이머징마켓이 큰 영향을 받을 것이고 특히 과거 경험상 단기 랠리 때는 한국시장의 상승폭이 컸기 때문에 일종의 ''길목 지키기''성 매수라는 해석이다.

산업은행이 지원에 나선 것은 시장원리에 따른 구조조정에 어긋나고 기업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수 있으나 20조원이란 공적자금을 추가로 투입하는 효과가 있어 부도 리스크가 줄어들 것으로 본다는 시각이다.

부도 리스크가 줄면 한국에 대한 투자위험은 그만큼 낮아진다.

JP모건증권의 한 관계자도 "미국 금리인하, 주택.국민은행 합병 추진, 산업은행의 대기업 지원이란 특단의 대책 등 호재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외국인의 매수세를 자극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물타기성 매수, 모건스탠리(MSCI)지수 따라가기라는 분석도 있다.

템플턴투신운용의 강신우 상무는 "지난해 외국인이 11조원을 순매수했는데 이중 삼성전자가 29.5%, 현대전자가 29.8%를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두 종목의 주가가 크게 떨어져 손실을 보고 있는 가운데 장세가 반전되자 다시 사들이고 있다"며 "이런 점에서 물타기로 손실폭을 줄여보자는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SK증권의 강현철 조사역은 "MSCI지수를 따라잡기 위해 연초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차원"이라고 해석했다.

◆ 매수세 계속될까 =앞으로도 공격적으로 주식을 매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삼성증권의 이 상무는 "돌발악재가 없는 한 추세적으로 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엥도수에즈 WI카증권의 김기태 이사는 "미국시장이 안정돼 뮤추얼펀드에서 자금이 빠져 나가지 않는다면 외국인이 갑자기 매도세로 돌아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템플턴투신운용의 강 상무는 "지난해 한국주가가 세계 최대의 하락폭을 기록했기 때문에 저가매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