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환율이 달러당 1천3백원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환율은 한때 달러당 1천2백93원까지 오르는 폭등세를 보였다.

정부의 시장 개입 우려로 상승세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환율 상승 압력은 여전하다는게 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특히 달러보유 심리가 시장을 압도하며 기업에 이어 개미(개인)들까지 달러에 대한 ''묻지마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 큰 부담이다.

달러선물시장에선 평소 20% 안팎에 머물던 개인비중이 최근엔 50%까지 높아졌다.

최근처럼 환율이 단기 급등할 경우 외환시장의 불안심리를 증폭시켜 달러화 가수요 및 외자이탈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시장의 불안심리를 잠재우지 못할 경우 지난 97년 겪은 외환위기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거시경제에 악영향=환율상승은 수출을 촉진하고 수입을 억제해 대외수지를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최근의 단기 급등세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환율의 단기급등은 증시의 발목을 잡는 악재다.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손절매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환율 상승세는 수입품 가격 상승을 촉발, 물가관리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환율이 10% 오를 경우 국내 소비자물가는 1.5%포인트 상승한다는 게 한은 분석이다.

현재 환율이 지난해 평균에 비해 이미 10% 가량 오른 상태여서 물가상승 압력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환율이 치솟는 상태에선 콜금리 인하 등을 통한 경기부양 수단도 제약될 수 밖에 없다.

한은 관계자는 "금리인하로 상징되는 신축적인 통화정책은 외환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상당히 부담이 가는 거시정책 수단"이라며 "환율이 급등하는 시점에서 콜금리를 내릴 경우 자칫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것처럼 인플레 기대심리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천3백원 돌파 초읽기=시장 자체의 수급 논리보다는 달러보유 심리가 시장을 압도하고 있어 당분간 상승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시장참가자들 사이엔 당국의 직접적인 대규모 물량공급이 없다면 1천3백원대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날 개장전부터 강력한 구두개입에 나선 외환당국이 분위기 반전에 애를 먹은 것도 이 때문이다.

재정경제부 고위관계자는 "올 상반기중에도 무역수지 흑자와 대규모 외국인 직간접투자자금 유입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일시 거액 투자자금 등의 유입으로 시장분위기가 반전될 경우에 대비한 시장참가자들이 합리적인 매매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를 사려는 세력만 있고 팔겠다는 세력은 없다"며 "당국의 구두개입이 "합리적인 매매를 기대한다"는 수준에 머문 것은 오히려 직접개입이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했다.

외환은행 딜러는 "달러당 1천3백원선이 뚫린다면 다음 저지선은 1천3백20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병연 기자 yooby@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