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채권시장은 철저하게 양극화가 진행된 한해였다.

양극화는 국채의 부상(浮上)과 회사채의 몰락(沒落)으로 요약된다.

국채,특히 국고채는 은행 투신 등 각 기관의 매수세를 집중시키면서 채권시장의 지표채로 자리를 완전히 굳혔다.

특히 하반기 들어서 ''Flight to Quality(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며 국고채 랠리가 벌어지기도 했다.

반면 회사채 시장은 지난 5월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설이 터져나온데다 7월1일부터 채권시가평가가 전면 시행되며 거래불능 상태에 빠져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회사채 기피 현상이 심해져 최근 들어선 극히 일부 우량회사채를 제외하고는 거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장이 마비 상태에 접어들면서 회사채 발행마저 어려워지고 있다.

우량기업까지 차환발행이 여의치 않자 사실상 정부보증이라고 할 프라이머리CBO로 자금을 메우는 실정이다.

◆발행시장=지난 11월말 현재 국채 통안채 회사채 등 전체 발행잔액은 4백68조9천억원.지난해말 4백11조8천억원에 비해 13.8% 증가했다.

발행잔액을 채권 종류별로 보면 회사채가 1백51조7천억원으로 32.3%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수채 96조1천억원(20.4%) △국채 73조2천억원(15.6%) △금융채 71조5천억원(15.2%) △통안채 66조6천억원(14.2%)의 순이었다.

국채는 재정 수요의 증가로 상반기까지 꾸준히 늘다가 하반기 들어선 발행이 줄고 있는 추세다.

국채는 올 한해 28조2천억원어치가 시장에 나왔다.

회사채는 60조6천억원어치가 발행돼 지난해 35조7천억원보다 70% 가까이 늘었다.

증시 침체로 기업들이 자금조달을 회사채 시장에 의존했다.

하지만 회사채의 70%는 ABS(자산유동화증권) 및 프라이머리CBO로 발행돼 시장 왜곡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ABS의 경우 초기엔 카드사나 할부금융사 등만이 이용했으나 이제는 은행 투신 일반 제조업체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신용등급이 서로 다른 채권을 모아 풀(Pool) 형식으로 발행하는 프라이머리CBO는 6조원어치나 나왔지만 채권형 펀드만이 매수해 ''기형아''로 불렸다.

일반채권은 지난해 23조6천억원에서 올해 15조4천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유통시장=국고채 수익률이 연초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연간 3%포인트 가까이 낮아졌다.

대신증권은 국고채를 연초에 매입해 연말에 매도했다면 이자수입과 자본차익(Capital Gain)을 더해 연 20% 이상의 수익률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올 중반 이후 기관들이 국고채와 통안채를 중심으로 단타매매에 적극 나서면서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기도 했다.

회사채 수익률이 하락한 것으로 집계되고는 있지만 이는 국고채와의 스프레드(금리차)를 감안한 수익률이다.

실제로는 매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수익률 자체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국고채와 회사채간 스프레드는 크게 벌어졌다.

국고채와 A등급 회사채의 스프레드는 지난해말 0.92%포인트였지만 최근 1.48%포인트로 높아졌다.

A등급 회사채와 BBB등급 회사채의 스프레드도 지난해말 1.75%포인트에서 최근 3%포인트로 상승했다.

거래대금은 지난해보다 12.8% 증가했다.

채권 누적 거래대금은 지난해 1천4백90조원이었으나 올해는 1천6백81조원으로 늘어났다.

◆제도변화 및 주요 사건=지난 7월1일부터 채권시가평가제가 전면 시행됐다.

새로 설정되는 펀드에 편입되는 채권은 시가평가를 받아야 하며 기존 펀드의 연장은 불허됐다.

시가평가를 담당할 민간회사로 KIS채권평가 한국채권평가 NICE채권평가 등 3개 회사가 생겼다.

채권시가평가 회사는 비과세 고수익펀드에 편입될 후순위채의 평가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지난 5월 불거진 현대건설 유동성 위기설은 회사채 시장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또 10월께 고개를 들기 시작한 일부 대기업의 자금 악화설로 회사채 시장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이는 금융감독원으로 하여금 악성루머 단속에 적극 나서게 만든 계기가 됐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