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세계 2위,옵션 세계 1위" 올 한해 현물시장이 줄곧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선물.옵션시장은 오히려 수혜를 입었다.

현물시장에 넌더리가 난 투자자들가운데 상당수가 선물.옵션시장으로 옮겨갔고 지수 등락을 이용한 기관투자가들의 차익거래주문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연말에 접어들어서는 현물시장의 손실을 한꺼번에 만회하려는 투기세력들도 대거 등장했다.

지난 3월중순 선물 개시증거금이 3천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줄어들면서 개인들의 참여도가 더욱 높아진 것도 특기할 만한 사항이다.

이에 따라 시장규모가 크게 확대돼 선물과 옵션시장은 거래량과 거래대금면에서 세계 최고 반열에 올라섰다.

◆쏟아진 기록들=선물시장의 거래대금은 지난해(8백21조원)보다 3% 가량 증가한 8백59조원을 기록했다.

거래량(1천9백66만계약) 기준으로는 지수선물시장에서 세계 2위 규모다.

옵션시장의 거래대금은 지난해(8조6천억원)보다 무려 90% 이상 증가한 16조6천억원을 기록해 세계 1위 자리에 올라섰다.

사상 최고치 기록들도 모조리 갈아치웠다.

일일 상승률,하락률,거래량,거래대금,호가건수 등이 올해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선물가격의 변동폭도 커져 서킷브레이커는 한햇동안 5번 발동됐고 사이드카 조치가 시장에 내려진 횟수는 무려 52회에 달했다.

투자주체별 선물매매 비중은 개인이 50.8%로 가장 높았고 증권사가 32.5%로 2위를 차지했다.

한햇동안 선물시장을 쥐락펴락했던 외국인의 매매비중은 4.8%에 불과했다.

옵션시장에서는 개인의 비중이 64.3%,증권사 21.7%,외국인 9.5% 등이었다.

◆사이버 매매비중 확대=올해 선물시장에서 나타난 두드러진 특징중 하나는 사이버매매 비중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증권사들의 수수료 인하로 사이버 매매의 장점이 커진데다 발빠른 단기매매가 필요한 선물거래에는 사이버거래가 제격이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사이버망을 통해 대거 선물시장으로 뛰어들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삼성 대신 현대 대우 LG투자증권 등 5개 대형 증권사의 사이버 선물매매 비중은 올 들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전체 사이버거래에서 차지하는 선물거래의 비중은 올초 40%대에 불과했지만 4월에는 53.80%,8월에는 61.27%로 높아졌다.

이같은 추세는 연말까지 이어져 10월 이후에는 70%대를 꾸준히 웃돌았다.

◆''대박의 꿈'' 옵션=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옵션을 통해 ''대박''을 꿈꾸는 투자자들이 올 들어 크게 늘어났다.

옵션거래가 주식투자의 대안으로 부각되면서 거래량도 연일 사상 최고치 수준을 오르내렸다.

지난 12월초에는 하룻동안에만 3백12만계약이 거래되기도 했다.

연초 하루평균거래량이 30만∼40만계약이었던 것과 비교할 때 5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증권거래소 옵션시장부 관계자는 "퇴출기업 발표 등 굵직한 사안들이 연일 터져나오면서 시장 변동성이 확대돼 이를 이용해 차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옵션투자는 향후 시장에 대한 전망이 빗나갈 경우 원금을 송두리째 날릴 수 있는 투기적 게임이라는 점에서 전문가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도 많았다.

◆전망=내년에도 선물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주식시장이 급격한 상승보다는 제한적인 반등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현물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프로그램 매매 역시 그 비중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기관투자가의 경우 약세장에 대처하는 하나의 방편으로 차익거래를 포함한 프로그램매매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지기 때문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