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외환시장에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야금야금 오르던 원화환율은 지난주 상승세에 박차를 가해 연중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주말 종가는 달러당 1천2백37원.

작년 3월 8일 1천2백39원을 기록한 이후 21개월만의 최고치다.

시장에는 환율이 또 한차례 폭등할 것이라는 ''환율괴담''마저 나돌고 있다.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시장은 더욱 ''심리에 죽고 심리에 사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온갖 설(說)이 난무하는 것을 보니 주식시장이 폐장되더라도 외환시장은 올해 마지막날까지 한바탕 접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주에도 달러 수요가 만만치 않다.

정유사와 가스공사의 수입 결제 등 하루 2억∼3억달러의 수요는 지속될 전망이다.

여기에 해외투자기관이 다시 매수에 가담하고 있어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수출업체들은 이미 연말 네고(수출하고 받은 외화를 원화로 바꾸는 것) 물량을 선매도하거나 옵션으로 팔아놓은 상태여서 무역흑자가 나더라도 실제 시장에 내놓을 물량이 없다.

환율 상승은 무역흑자 기조에 도움이 되고 있다.

물가가 걱정이었지만 다행히 국제유가가 급락세로 돌아서 큰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주가에 대한 부담.환율상승이 주가하락을 부채질한다는 비난 여론을 정부가 버텨내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원화 환율이 달러당 1천2백50원까지는 쉽게 오를 것이지만 정부가 1천3백원대 수준을 용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시장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정부는 연일 자금시장 안정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연말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 확보에 비상이 걸린 은행은 미동조차 안하고 있다.

은행들의 파업도 연말 자금사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

국민 주택은행의 노조는 파업 강도를 계속 높여가고 있다.

28일에는 금융노조 총파업이 예정돼 있다.

이미 국민 주택은행의 대부분 점포가 문을 열지 못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중소기업들이 걱정이다.

이미 일부 어음결제시스템이 마비된 상태다.

정부가 서둘러 영업정상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고객들의 불편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예정대로 총파업까지 벌어진다면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예금보험공사는 26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6개 부실은행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여부를 결론내린다.

관심은 금융노조가 총파업을 선언한 상태여서 각 은행이 경영개선계획에 노조동의서를 포함시킬 수 있느냐는 점이다.

정부는 노조의 동의서가 없으면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예보는 운영위원회가 공적자금 투입을 결정하면 한빛 서울 평화 광주 경남 제주은행 등 구조조정 대상 6개 은행에 오는 29일께 4조원 안팎의 공적자금을 증자등의 방법으로 투입,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10%로 높여줄 방침이다.

국회는 26일 본회의에서 새해 예산안을 처리키로 했다.

여야 합의대로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1백1조3백억원에서 8천억원은 삭감될 전망이다.

이번 예산안은 헌정사상 가장 늦은 국회 통과, 가장 큰 규모 삭감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갖게 됐다.

대우 사태는 여전히 걱정거리다.

(주)대우는 오는 27일 3개 회사로 나뉘어 갱생의 길을 걷게 되지만 대우자동차는 협력업체들의 잇단 부도로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호 기자 j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