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폐장을 3일(거래일 기준) 앞둔 20일 오전 9시.증권회사 객장의 코스닥 시세판은 개장과 동시에 주가하락을 나타내는 파란색으로 뒤덮였다.

코스닥지수가 60선 아래로 폭락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자 가슴졸이며 시세판을 주시하던 투자자들의 얼굴도 파랗게 질렸다.

여기저기서 투매가 터져나왔다.

코스닥 투자자들 사이엔 "배당도 싫다.일단 현금을 확보한 뒤 내년이나 기약하자"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증권거래소 시장도 코스닥보다는 덜하지만 분위기가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러다가 연말 폐장전에 종합주가지수 5백선이 무너지는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감돌았다.

<>코스닥폭락은 예고된 것이었다=올해 주가하락은 비단 코스닥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미국의 나스닥과 도쿄 런던 홍콩등 거의 모든 증시가 약세를 면치못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코스닥 시장의 하락폭이 가장 크다.

코스닥지수는 지난 3월10일 283.44로 사상최고를 기록한 뒤 내림세로 일관,58.98까지 미끄러졌다.

최고치 대비 하락율이 무려 79.2%에 달한다.

한때는 지수가 500까지 간다는 말도 허황되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열기를 뿜던 코스닥이 이처럼 폭삭 주저앉은 이유는 무엇인가.

전문가들은무차별 증자로 인한 물량압박과 주작조작 사건에 따른 신뢰상실,기업구조조정 지연 등을 주된 이유로 꼽는다.

코스닥기업들은 올해 경쟁적으로 증자를 실시해 시장자금을 훑어갔다.

올초 잘나갈 때는 1백% 증자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코스닥기업이 올들어 이날 현재까지 실시한 유상증자(5조4천1백32억원)나 신규등록을 위한 공모(2조5천4백5억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모두 7조9천5백37억원이나 된다.

물량압박은 갈수록 가중되고,시장에너지는 고갈되고.주가는 구조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세종하이테크 사건에서부터 동신에스엔티에 이르기까지 잊을만 하면 한건씩 주가조작 사건이 터졌다.

투자자들로서는 코스닥을 정상적인 시장으로 여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나스닥지수의 급락도 코스닥추락을 가속시켰다.

특히 나스닥에서 시작된 기술주 거품논쟁은 코스닥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다.

주가흐름을 선도하던 새롬기술 다음커뮤니케이션 등이 고꾸라지기 시작하면서 코스닥 시장은 기울었다.

<>거품붕괴와 함께 66조원이 날아갔다=벤처거품이 붕괴되면서 코스닥시가총액은 지난해말 98조7천43억원(평화은행 우선주와 쌍용건설 우선주제외)에서 20일 현재 32조2천5백13억원으로 감소했다.

무려 66조4천5백30억원이 허공으로 날아간 셈이다.

거래소시장의 싯가총액은 3백49억5천30억원에서 1백91조8백30억원으로 감소,1백58조4천2백억원이 사라졌지만 투자자들이 느끼는 체감손실이 코스닥이 훨씬 더 크다.

대신증권 나민호투자정보팀장은 "코스닥시장은 정부의 벤처육성이라는 말 한마디 외에 호재는 하나도 없었고 악재만 연달아 터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수익모델 논쟁이 옥석을 가리는 계기로 작용하지 못하고 모든 종목의 주가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또 대형주들이 주도주로 역할을 못하고 A&D(인수후개발),액면분할이나 병합,무상증자 등 틈세테마가 난무하면서 주가의 안정적인 흐름을 방해한 것도 시장이 불안해진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LG투자증권 황창중투자전략팀장은 "물량압박에다 주가조작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거래소나 코스닥 모두 힘든 상황에 봉착했다"며 "내부적으로 구조조정이 제대로 시행되고 외부적으로는 나스닥시장이 안정돼 주느냐가 내년 지수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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