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 대통령"인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이 던진 한마디에 주가가 요동을 쳤다.

지난 5일 "미국의 경제성장 둔화를 경계하며 경제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그의 발언이 조만간 미국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는 신호로 해석된 때문이다.

6일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의 매매패턴이 그린스펀효과를 대변하는듯 했다.

한동안 한국시장을 떠날 것처럼 행동했던 외국인은 이날 주식과 선물을 무더기로 사들이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국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국내 주가가 본격 반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일까.

지난 98년 미국이 금리를 대폭 인하했던 싯점을 전후한 상황과 최근 국내외적인 상황을 비교해 본다.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 고조=그린스펀의 발언에 대해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이란 기대감이 많다.

미국계인 CSFB증권은 내년 미국의 중앙은행격인 FRB가 연방금리를 0.75%포인트 정도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경기가 둔화조짐을 보이자 경제분석가들이나 월가에서도 내년 2월이나 하반기께 금리가 본격 인하될 것으로 관측하는 분위기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의 이종우 연구위원은 "미국정부의 통화정책변화나 금리인하 여부는 오는 19일로 예정된 FRB의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더욱 구체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금리인하와 주가=미국 금리인하는 전세계 주식시장의 자금흐름을 풍부하게 만들어 주가상승을 부추기는 작용을 한다.

지난 97년 3월∼98년 11월에 미국이 금리를 단계적으로 인하하자 이후 각국의 주가는 상승세를 탔다.

이종우 연구위원은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면 다른 국가들도 금리를 내리는 정책을 폈다"며 "금리인하는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몰리게 하는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외국인 자금유입이 관건=미국 금리인하에 따라 국내 시장이 받을 수 있는 직접적인 수혜는 외국인 자금의 유입여부에 달려있다.

지난 98년부터 외국인이 한국주식을 대거 사들여 주가가 강한 반등세를 탈 수 있었던 것도 미국의 금리인하 영향이 컸다.

미국 채권시장에서 빠져나왔거나 채권시장쪽으로 투입될 풍부한 자금이 미국 주식시장과 이머징마켓쪽으로 속속 유입됐다.

그러나 최근 국내적인 상황은 당시와 달라 미국 금리인하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정태욱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당시엔 새정부가 들어서 개혁의지가 강했고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 외국인이 순매수 규모를 늘렸다"며 "그러나 최근엔 정부가 은행을 통해 부실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잘못된 구조조정 정책을 펴고 있어 오히려 외국인에게 실망감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채 발행이나 은행대출이 어려운 기업들을 시장논리대로 과감히 퇴출시키는 구조조정이 아니라는 얘기다.

크레디리요네(CLSA)증권의 김현기 리서치담당 이사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98년 당시 외국인은 새정부에 큰 기대를 걸었고 국내 경기도 바닥에서 탈출,회복세를 탈 것이란 전망에 한국투자를 늘렸지만 최근 국내 경기가 급속히 둔화되고 있는데다 개별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만족스러울 만큼 진행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금리인하가 국내 주가의 추가하락이나 급락을 막아줄 수 있겠지만 구조조정,경기회복등 국내 상황이 대폭 개선되지 않는 한 외국인 자금의 지속적인 유입을 부추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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