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시계 제로'' 상태에 갇혀 있다.

유일한 매수주체였던 외국인이 한국시장에 대해 싸늘한 눈길을 보내기 시작한 데다 ''탈출구''인 구조조정도 쉽사리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제2의 IMF''가 오는 게 아닐까 하고 걱정하는 분위기까지 퍼지고 있다.

고통에 신음하는 투자자들은 ''아예 손을 털어버리는 게 낫다''고까지 하소연한다.

그러나 ''밀짚모자는 한겨울에 사라''는 증시격언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묵묵히 내재가치를 불려가고 있으나 주가는 역사적 저평가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장사가 꽤 있다는 얘기다.

◆IMF 때보다 싼 주식 널려있다=최근 증시침체로 액면가 미만 종목이 IMF 구제금융 신청일 당시보다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증권거래소가 상장사의 가격대별 주가를 비교분석한 결과 액면가 미만 종목의 비중은 지난 1일 45.3%로 IMF구제금융 신청일인 97년 11월21일(21.45%)의 두배를 웃돌았다.

반면 1만원 이상 3만원 미만 중가주의 비중은 24.43%로 구제금융 신청 당시의 40.83%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또 3만원 이상 고가주 비중도 8.52%로 구제금융 신청일의 16.15%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

또 우선주를 뺀 6백81개 상장종목의 12월1일 주가와 종합주가지수가 사상 최저치(280)로 곤두박질 친 98년 6월16일 주가를 비교한 결과 2백63개 종목의 주가가 당시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하락률은 41.80%였다.

개별 주식들이 ''역사적인 저평가'' 상태에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왜 그런가=우선 삼성전자 SK텔레콤 포항제철 한국통신 한국전력 등 ''빅5''에 의한 지수왜곡현상이 심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교보증권 김정표 연구원은 "외국인과 기관의 시장참여가 늘어나고 정보기술(IT)주에 대한 전세계적인 이상급등 현상으로 이들 ''빅5''중심으로 시장이 성장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SK텔레콤과 삼성전자는 98년 6월16일보다 주가(1일 종가)가 각각 5백25.94%와 3백17.32%나 급상승했다"며 "한전을 뺀 이들 종목의 상승률이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을 웃돌면서 착시현상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가총액 상위사들의 주가수준이 적정하다면 나머지 종목들의 재무리스크나 실적은 더 악화돼야 마땅하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이들 종목을 주목할 때"라고 말했다.

노무라증권 주환 이사도 "△매출과 순이익이 늘고 △재무리스크를 줄여가는 기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낙폭과대 실적 우량주 어떤 게 있나=교보증권은 주가가 IMF 한파로 최저점을 찍었던 98년 6월16일보다 낮은 종목 가운데 기업가치가 향상된 종목이 투자 유망하다고 밝혔다.

교보증권은 화천기계 대창공업 에스제이엠 부산가스 이구산업 대한가스 신도리코 에스원 서울가스 계양전기 일신방직 카프로락탐 성보화학 등을 이런 종목으로 꼽았다.

예컨대 화천기계의 경우 98년 주당영업이익이 적자였으나 올해 2천9백46원 흑자로 돌아설 전망인 데다 주당순이익도 역시 적자에서 1천8백21원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부채비율도 1백4%에서 80%(9월말 기준)로 줄었다.

그러나 주가(1일 종가)는 6천3백30원으로 98년 6월16일의 1만5천9백50원보다 크게 떨어진 상태다.

신한증권도 대창공업 SJM 한국코아 부산가스 동일제지 신도리코 대한가스 에스원 신대양제지 한국쉘석유 성보화학 범양건영 한독약품 등이 실적호전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된 종목으로 분석했다.

남궁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