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조원이상의 상장주식을 갖고 있는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가 심상치 않다.

전날 1천1백억원을 순매도한데 이어 이날에도 2천8백여억원(거래소 기준)의 매도우위를 보였다.

이는 지난 9월14일(3천6백74억원)이후 최대규모다.

매도 종목도 삼성전자 한국전력 포항제철 주택은행 등 국내증시의 간판 우량주여서 투자자들은 하루종일 공포에 떨었다.

"외국인 매물을 받아줄 데가 마땅치 않아 외국인 팔자가 추세적으로 이어진다면 국내증시는 큰 충격에 휩싸일 것"(김석규 리젠트자산운용 상무)이란 걱정 때문이다.

외국인의 대량 매도세는 국내 요인보다도 해외쪽 사정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증시 하락세와 미국 뮤추얼펀드의 자금이탈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미 뮤추얼펀드 환매=외국인 매도는 미 증시하락,환율 불안,국내 구조조정 미흡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이중 미 주가하락과 뮤추얼펀드의 자금이탈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모건스탠리증권의 박용상 부장은 "연말을 맞아 미국 뮤추얼펀드의 만기및 해지가 한꺼번에 몰리자 일부 펀드에서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팔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미 주가의 추가하락 가능성이다.

이 경우 미국 주가하락으로 뮤추얼펀드의 수익률이 급락하고 투자자들은 환매(자금인출)에 나서고,뮤추얼펀드는 현금마련을 위해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사태를 맞을수 있다.

◆환율상승=환율상승(원화가치 하락)도 외국인 매도세를 부추기고 있다.

환율이 상승하면 주가가 하락하지 않더라도 외국인은 보유주식에서 환차손을 입을수 있다.

특히 환헤지(위험회피)를 해놓지 않은 외국인들은 앉아서 당하는 꼴이 되기 쉽다.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들은 외국인은 매도자금을 본국으로 송금하지 않더라도 환율불안을 감안해 달러화로 환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이틀간 주식을 판 4천억원 가량이 다음주 초 환전되면 환율이 추가로 올라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환율상승→외국인 보유주식의 평가손 우려→외국인 주식매도→달러환전→환율상승→외국인 주식매도''란 악순환도 배제할수 없는 상황이다.

◆전망=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의 보유비중은 시가총액의 28% 수준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53조원에 이른다.

외국인이 보유주식의 10분 1만 줄이더라도 5조원의 매물이 쏟아지게 된다.

고객예탁금 기관투자가의 자금사정 등 수급여건을 고려하면 주가가 버틸 재간이 없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