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환율이 다시 급등세를 보이자 외국인이 대량으로 매물을 내놓았다.

이틀 연속 순매도하면서 그 규모까지 늘려 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은행주를 중심으로 무려 1천1백3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근래 보기드문 규모다.

배경이야 어떻든 최근 원·달러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은 국내 증시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에게 이중의 부담을 안기게 된다.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부담에다 환차손까지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외국인 매도→원화 가치 추가하락→외국인 매도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게다가 노동계 파업조짐,미국 주가불안등 악재만 눈에 띌 뿐이다.

◆은행주 대량 매도 배경=삼성전자는 D램가격 하락등 반도체경기둔화를 악재로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날 외국인이 국민은행,신한은행,주택은행등 우량 은행주를 대거 순매도한 배경에는 원·달러환율 급등과 관련이 있다는 시각이 많다.

외국인이 주택은행 매물을 쏟아낸 창구인 엥도수에즈 WI카증권의 한 관계자는 "유럽계 외국인이 주요 매도세력이었다"며 "환율 추이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은행주의 경우 거래량이 많아 유동성이 풍부해 언제든지 매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환차손을 우려한 매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급등에 따른 불안에다 미국 주가불안,노동계 파업조짐 등으로 크리스마스시즌 관련 매물(Christmas Selling)을 서둘러 내놓고 있다는 분석까지 곁들였다.

주변 여건이 좋지 않을 것으로 우려,외국인이 올해 한국내 포트폴리오를 미리 정리해 버리자는 심산이라는 얘기다.

SK증권 투자전략팀의 현정환 조사역도 "우량 은행주에 특별한 악재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으로 미뤄 볼 때 환율급등관련 매물같다"고 해석했다.

◆악순환 우려=IMF직전 외환위기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해도 외국인의 매도는 원화가치 하락,외국인 매도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증권 영업부의 권준 이사는 "국내에 들어와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외국인이 거의 환헤지(환율변동 위험회피)를 하지 못한 상태라는데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이사는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헤지하기가 어렵고 해외의 NDF(역외선물환시장)에서도 헤징비용이 높아 잘 이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원·달러환율이 상승할수록 외국인들은 환차손 부담을 느껴 매도압박에 시달리게 될 것이란 우려다.

올연초 이후 지난 11월20일까지 원화환율이 1천1백10∼1천1백40원에서 외국인은 약11조원어치(약90억달러)를 순매수했다.

환율이 상승하면 이같은 매수물량이 매도물량으로 바뀔 개연성이 있다.

◆전망=그렇다면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환율이 상승했는데도 외국인이 순매수한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대우증권의 이종우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동남아국가들의 환율급등으로 불안심리가 확산,달러 사재기등 국내적인 수요가 많아 환율이 오른 측면이 많은 것으로 해석한 외국인이 단기매매에 나선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비정상적인 환율이 제자리로 돌아갈 때 환차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으나 전망이 빗나가자 다시 팔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