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원화 환율의 상승속도가 지나치게 빠름에 따라 외환시장 질서가 흐트러지고 외자가 이탈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11월17일 이후 29일까지 아시아와 중남미 25개국의 통화 움직임을 비교해 보면 원화 환율이 5.2% 상승해 단기간에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중 일본의 엔화 환율은 2.0%, 대만의 대만달러화 환율은 2.4% 상승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환율은 0.1%, 필리핀 페소화 환율은 0.5%, 태국 바트화 환율은 1.1% 하락했다.

중남미 통화도 브라질 레알화 환율 0.4%, 멕시코 페소화 환율이 0.9%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우리와 대조를 보였다.

이처럼 원화 환율이 단기간에 급등한 것은 무엇보다 그동안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유입으로 과도하게 하락했던 원화 환율이 우리 경제여건을 반영해 실세화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우려되는 것은 최근 노사관계 불안, 정국파행 등으로 올해들어 인도네시아 루피아화→필리핀 페소화→대만 달러화 순으로 옮겨진 환투기 대상이 원화로 이동되면서 투기적인 요소도 가세되고 있는 점이다.

이는 향후 원화 환율 움직임과 관련, 예의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물론 최근처럼 우리 경제가 총체적인 난맥상을 보여 환율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발생할 때 과도하게 반응(over-shooting)하는 외환시장의 생리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원화 환율의 상승속도는 지나치게 빠른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내년 1월부터 개인들의 외환거래가 자유화되는 ''제2단계 외환거래 자유화 계획'' 시행을 앞두고 있다.

더욱이 잇따른 금융사고, 주식.채권시장의 침체로 돈을 믿고 맡길 만한 금융기관이 없어 적당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많은 자금들이 제도금융권에서 이탈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최근처럼 원화 환율 상승속도가 빠를 경우 환차손 부담에 따른 외국자금의 이탈과 함께 내국인의 자금유출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최악의 국면에 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책당국에서는 원화 환율이 우리 경제여건에 맞게 실세화하는 것을 용인한다 하더라도 단기간에 과도하게 상승하는 것은 적극 관리해 나가야 한다.

시장자율과 자유방임은 엄격하게 구별해 시장을 관리해 나가는 것이 정책당국의 임무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