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한파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판매비 및 일반관리비 절감을 위한 흡수합병이 속출하고 있다.

비교적 덩치가 큰 코스닥기업들이 비상장(등록) 자회사를 흡수 합병해 관리를 "한가족 살림"으로 통일함으로써 비용절감을 도모하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글과컴퓨터 새롬기술 인성정보 등이 자회사 또는 관계회사에 대한 흡수합병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는 이사회에서 한컴정보기술을 합병키로 결정하고 현재 공식절차를 밟고 있다.

한컴정보기술은 한글과컴퓨터의 제품총판회사로 1995년 설립된 회사다.

한컴정보기술은 상반기 결산시점 기준으로 자본잠식액이 89억원에 달해 본질가치도 나올 수 없는 비등록회사다.

이에 따라 한글과컴퓨터는 한컴정보기술을 주식교환없이 흡수합병한다.

한글과컴퓨터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장기적으로 마케팅 부문을 강화할 수 있는 데다 한컴정보기술에 지급하던 판매수수료를 아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새롬기술은 지난 9일 새롬소프트(통신커뮤니티인 새롬넷 운영사)를 합병한데 이어 지난 24일엔 다시 한솔월드폰과 아이틱스를 합병하겠다고 발표했다.

새롬소프트 한솔월드폰은 새롬기술의 자회사이며 아이틱스는 손자회사다.

이들 비등록회사들은 모두 통신관련 서비스 업종을 영위해 왔다.

임태성 새롬기술 재무실장은 "이중삼중으로 들어가던 벤처협회가입비 광고선전비 등을 절감할 수 있고 인력재배치를 통해 인건비도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인성정보는 그룹메시징시스템(GMS)솔루션 기술을 보유한 자회사인 휴먼벨트닷컴을 합병키로 했다.

두 회사의 사업영역이 겹쳐 합병하는 게 유리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게 인성정보 관계자의 설명이다.

LG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은 "비용절감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판매비나 일반관리비를 절약하기 위한 자회사 흡수합병이 선보이고 있는 것은 그만큼 코스닥기업들이 힘든 상황임을 방증한다"며 "앞으로 다른 코스닥기업들도 이같은 경비절감용 합병에 대거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판매비와 일반관리비는 임금 복리후생비 건물임대료 공과금 광고비 지급수수료 등으로 판매 및 관리활동에 들어가는 기업 비용이다.

증권전문가들은 자회사 합병의 경우엔 주식매수청구권 문제에서 자유롭고 절차가 간편한 ''소규모 합병''의 특혜를 볼 수 있어 기업들이 이같은 합병방식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법규정상 피흡수합병회사 주주 전원의 동의를 얻은 경우나 90% 이상 지분출자 기업의 흡수합병(간이합병) 또는 합병에 따른 신주발행규모가 합병회사 발행주식총수의 5% 미만(소규모합병)이면 이사회 승인만으로 합병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다.

벤처기업가들은 특히 소규모 합병엔 주식매수청구권 문제가 없다는 점을 이용해 이 합병방식을 감량경영에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