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주가 오랜만에 기지개를 켰다.

삼성전자는 23일 2.23% 올라 16만원대를 회복했다.

아시아 반도체업체들이 감산에 들어갈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아 전날 북미시장에서 64메가D램 가격이 폭등,4달러대를 회복했다는 소식이 상승세를 부추겼다.

시장은 이를 두고 과연 반도체가격과 반도체주가 바닥을 찍고 회복세로 돌아서는 신호탄으로 봐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일단 반도체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반등현상으로 해석했다.

반면 외국인들은 이날 적극적으로 삼성전자를 매수, 기대를 거는 모습이었다.

◆반도체가격 회복신호인가,기술적 반등인가=기술적 반등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감산 가능성이 작고 D램수요가 많지 않다는 게 그 근거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의 전병서 부장은 "반도체 현물시장의 딜러들이 낮아진 재고수준을 채우기 위해 D램을 사들여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보이나 추세적인 수요증가로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예년과 달리 미국 등 전세계적으로 크리스마스시즌 PC특수가 크게 일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지난 3·4분기에 유가가 폭등,내구소비재인 PC판매가 늘어날 조짐이 없고 최근 인텔이 펜티엄Ⅳ 제품을 내놓았지만 수요가 부진해 기대만큼 D램수요가 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만이나 국내 반도체 업계의 감산 가능성도 당장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전 부장은 "최근 D램가격이 원가에도 못미쳐 반도체 업체들이 감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는 것같다"며 "그러나 원가를 떨어뜨리려면 오히려 생산량을 더 늘려야 하는 게 반도체 산업의 특성"이라고 말했다.

SK증권의 전우종 기업분석팀장 역시 같은 견해를 갖고 있다.

그는 "D램공급이 과다했던 지난 96,97년과 달리 지금은 D램수요가 크지 않은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99년말 대거 판매됐던 저가PC가 아직 교체될 시점이 아니고 경기둔화로 기업들의 IT(정보기술)부문투자도 줄어들어 D램 수요가 많지 않다고 분석했다.

64메가D램이 폭등한 것은 일시적이고 투기적인 수요가 발생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외국인의 기대=이날 삼성전자에는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보다 외국인 기관투자가들의 매수세가 많았다.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전날(8만주)보다 많은 13만주나 순매수했다.

이런 모습으로 보아 정보력이 뛰어난 외국인이 반도체가격 폭등에 적지 않은 의미를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도체 가격의 본격적인 반등을 예상,외국인이 추수감사절 연휴를 앞두고 보다 적극적으로 사들였을 것이란 분석이다.

◆향후 전망=전우종 팀장은 "차세대 주력제품인 1백28메가D램 가격이 여전히 하락세를 타고 있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1백28메가D램과 64메가D램의 비중은 6대4정도.하지만 향후 1백28메가D램의 비중이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전 팀장은 "고성능 PC로의 교체가 활발해질 내년 하반기께부터 반도체가격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경우 20만원선을 뚫어내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우증권의 전병서 부장은 내년 2·4분기를 본격적인 반도체가격 회복시기로 점쳤다.

그는 대규모 자금조달방안을 발표한 현대전자의 경우엔 무엇보다 씨티은행이 주도하고 있는 1조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을 확보하는 게 주가반등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