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들어 원화 환율이 급등(원화가치 급락)하고 있다.

최근 환율급등은 구조적 요인에 기인하고 있어 단기간에 안정될 가능성도 적은 상태다.

특히 내년 1월 ''제2단계 외환거래 자유화 계획''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안정돼야 할 환율이 불안함에 따라 제2의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 원화 환율, 왜 급등하나 =이번 환율급등은 역외선물환(NDF) 시장에서 단초를 제공해 주고 있다.

최근 들어 동남아시아 통화불안이 지속됨에 따라 이를 방지하기 위한 헤지용 달러화 수요가 증대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이번주 들어서는 여야간 대립으로 공적자금 조성 지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일부 투기세력까지 가세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외환시장이 엷어진 상황에서 정유사를 비롯해 연말 환율하락을 겨냥해 미뤄 왔던 기업들의 결제수요가 만만치 않게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당국의 미숙한 외환정책 운용으로 1천1백30원선에서 오랫동안 묶어둔 것도 단기간내 원화환율이 급등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앞으로 원화 환율은 외국인주식 투자자금의 움직임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년들어 원화 환율변동분의 약 85%가 외국인주식 투자자금에 의해 결정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갈수록 외국인주식 투자자금이 이탈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원화 환율이 1천1백40원을 넘으면 금년에 들어온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들은 환차손이 발생될 우려가 있고 주가하락에 따라 주가시세차익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미국을 비롯해 러시아.중남미 국채시장이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외환시장에서도 세계경기 둔화와 세계적인 리더십 부재로 안전통화(safe-haven currency)로서 달러화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대부분 국내전망기관들은 내년도 무역수지흑자폭이 금년수준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정책당국의 개입이 필요한가 =현 시점에서 정책당국이 환율안정요인으로 보고 있는 월말 수출네고자금과 연말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맞추기 위해 금융기관들이 내놓는 보유 달러화 물량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환율이 상승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대부분의 한경 포렉스 구성원들도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 한 금년 말에는 원화 환율이 1천1백70원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 3월 말에는 구조조정 성과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1천2백원을 넘어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만약 원화 환율이 1천1백70원을 넘어설 경우 외화거래 비용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주식 투자자금이 이탈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년 1월 ''제2단계 외환거래 자유화 계획''이 추진됨에 따라 최악의 경우 외자이탈과 내국인의 자금유출과의 상승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따라서 현재 원화 환율의 적정수준(실질실효환율 기준)이 1천1백50∼1천1백60원인 점을 감안할 때 정책당국의 시장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념해야 할 것은 정책당국이 앞으로 구조조정 성과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다면 시장개입 강도를 높여 정부의 환율안정 의지를 보여줘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이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