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기업들이 해외CB(전환사채) 및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해 조달하는 외자 중에는 ''검은머리 외국인''의 자금도 적지않게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부분 공모 사채여서 발행 당시엔 인수자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지만 전환청구권자의 명단에는 한국인 명의가 상당수에 달했다.

특히 해외사채는 외자유치라는 선전효과와 함께 대주주의 우호지분을 높이는 방안으로 이용될 수 있어 말이 공모지 실제로는 사모형태로 이뤄진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해외사채는 국내사채와 달리 감독당국에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발행절차가 간편하다는 장점도 있다.

20일 코스닥증권시장(주)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이티의 2회 해외CB,바른손의 9회 해외CB, 코네스의 2회 해외CB,네스테크의 1회 해외CB,M플러스텍의 6회 해외CB 등은 상당액이 한국인 명의로 전환청구됐다.

회사측에서는 유럽시장에서 공모로 해외사채를 발행했다고 발표했지만 상당 규모는 한국인들의 손에 들어갔다는 결론이다.

특히 지이티의 경우 전환청구액의 1백%가 모두 한국인 또는 한국법인 명의였다.

통신기용 코일 등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지난 7월 유럽시장에서 61억원어치의 CB를 발행했다.

사채권자는 개인인 배우섭과 법인인 IA네트워크 등 26명이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사채 발행전에 피엔케이시스템과의 합병계획이 공시돼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메리트로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투자자가 사전에 아무런 합의없이 외국계 투자자의 사채를 유통시장에서 1백% 인수하는 것은 채권시장의 특성상 불가능한 일이라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동차 고장진단 스캐너 생산업체인 네스테크 역시 지난 4월초 유럽시장에서 발행한 CB(1백10억원)의 전환청구분 60억원중 18억원이 코스닥기업인 스탠더드텔레콤과 산업은행 현대상호신용금고 등 국내기관 명의로 돼 있다.

이들 기관이 처음부터 채권을 인수한 것인지 아니면 중도에 사들인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해외자금과는 거리가 먼 돈이었던 셈이다.

인터넷 교육업체인 코네스가 지난 4월말 유럽시장에서 발행한 CB의 경우도 주식전환분 1백15억원 가운데 30억원이 개인 명의(송인준 임영빈 등)로 청구권이 행사됐다.

바른손이 지난 6월말 발행한 CB의 경우에도 현희건 등 3인이 9억원어치를 행사했다.

이밖에 비테크놀러지가 지난 2일 싱가포르 소재 금융기관인 니탄에이피 프라이빗에 발행한 CB 및 BW 2백26억원어치는 1주일만인 지난 9일 비테크놀러지(법인)와 장석원 사장이 재매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니탄에이피측이 발행후 재매입을 요구한 것.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국내인이 기업의 해외사채를 인수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사채발행 금액의 대부분을 국내인이 인수한 경우에는 발행회사-1차인수기관-최종인수인의 사전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