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의 주가가 수익성에 비해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는 것은 사실이나 최고경영자들의 경영마인드나 주주관리행태를 감안하면 오히려 거품이 끼여있다고 할 정도다"

외국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 CEO(최고경영자)의 주가관리 노력이 몹시 미흡하다고 혹평했다.

외국의 동종업체와 수익성을 비교해보면 주가가 형편없이 싸지만 CEO들의 경영마인드가 외국인의 투자의욕을 꺾어 놓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외국인투자자들을 상대로 해외IR에 나선 한국의CEO들은 대개 매출액,순이익 등 외형적인 실적을 부각시키는 데 급급하다"며 "외국상장사들이 주주들의 이익을 어떻게 극대화시킬지에 관심을 기울이는 점을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기업들을 탐방하는 외국인투자자들도 최고경영자의 주가관리능력 등 경영마인드를 중요시하는 추세다.

엥도수에즈 WI카증권의 델 릭스 조사분석담당 이사는 특히 CEO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확보돼야 시장의 신뢰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수익성 자산을 과감히 매각하고,재무구조를 건전히 개선시키는 데 오너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등 충성도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당을 늘리거나 적극적으로 IR활동에 나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CEO가 오너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게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지름길이라는 얘기다.

리처드 사무엘슨 UBS워버그증권 서울지점장은 "최고 경영자들이 IR에 참여해 솔직하고 투명하게 회사내용과 비전을 알리려는 기본적인 노력 역시 부족하다"고 전했다.

주가관리를 위해서는 발로 뛰어다녀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ABN암로 아시아증권의 권지훈 영업담당이사는 이런 점에서 "한국에 처음 투자하는 외국인들만 수익성이 높다고 뛰어들지만 시간이 갈수록 CEO의 경영능력에 실망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