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다시 해외충격에 휩싸였다.

뉴욕증시 불안으로 세계 증시가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유일한 매수세력이었던 외국인의 매수강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특히 외국인이 이날 주가지수선물을 대량으로 매도,투자심리를 급격히 위축시켰다.

현물주식 마저 ''팔자''에 나설 경우 국내증시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 뻔하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우려할 단계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외국인이 아직 현물을 본격 매도하지 않고 있는 데다 선물 매도세도 투기성향이 강한 일부 외국인의 단타매매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에서다.

이날 주가가 급락한 것은 외국인의 선물매도에 따른 선물가격 하락으로 1천억원 규모의 매도차익거래(현물매도,선물매수)가 유발된 것이 주범이었다.

◆외국인 대량선물매도=외국인은 이날 현물주식에선 ''사자''쪽이었지만 주가지수선물에선 대규모 매도공세를 퍼부었다.

외국인은 1천8백84계약의 전매도와 5천65계약의 신규매도를 해 4천8백7계약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금액으로는 1천6백억원에 달한다.

매도 배경이 현물주식에 대한 헤징(위험회피)인지 단기차익을 노린 투기목적인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투기목적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증권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서정 서울증권 파생상품팀장은 "외국인이 현물을 샀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물의 대규모 매도세는 투기적인 단타매매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외국인이 다시 선물을 환매수할 개연성이 크며 이 경우 선물 저평가 현상이 해소되면서 매수차익거래(현물매수,선물매도)가 발생해 주가가 급등할 여지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강성모 동원증권 시황팀장은 "만에 하나 보유주식을 내다팔기 위한 사전조치로 선물을 매도(헤징)했다면 국내 증시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일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현물 매수세 감소=11일째 외국인이 현물주식을 순매수하고 있지만 그 강도는 약화되고 있다.

두가지 원인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우선 미국 증시 불안감 증폭.

지난주말 ''대선여파''와 델컴퓨터의 내년 수익전망이 어둡다는 소식으로 나스닥지수는 5.35%나 급락한 3,028.99까지 떨어졌다.

연중 최저치이며 심리적 지지선인 3,000선의 지지여부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구경제 위주의 다우지수도 2.13% 하락한 10,602.95에 마감됐다.

이와함께 미국증시에서 뮤추얼펀드의 자금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는 것도 외국인 매수강도 약화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시장과 관련된 미국의 뮤추얼펀드로 최근 2주 동안 자금이 몰렸다.

그러나 지난 2∼8일까지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인터내셔널펀드''는 이 기간 동안 15억9천만달러,글로벌펀드는 1억9천만달러,이머징마켓펀드는 1억1천만달러,아시아퍼시픽(일본제외)펀드는 1억2천만달러씩 줄어들었다.

안선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은 "현재로선 뮤추얼펀드의 자금감소보다는 뉴욕증시 불안이 더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남철 마이애셋 상무는 "외국인이 급격한 매도·매수로 돌변하기보다는 혼조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단기적으로 나스닥지수 3,000지지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