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는 브라운관(CRT) 매출규모에서 세계 수위를 달리고 있는 업체다.

시장점유율은 22%에 이른다.

하지만 주가는 그 위상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98년 이후 매년 7천억∼1조원에 달하는 내부조달자금을 확보하고도 그룹내 타사와 달리 신규 고성장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지 못한 탓이다.

게다가 브라운관 사업이 사양산업이라는 인식까지 퍼져연초에는 지난 98년 수준인 3만2천원대까지 주가가 추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외국인 매수세를 기반으로 주가가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달 말부터 삼성SDI에 대해 매수우위전략을 고수,지난 10일까지 70만주 가량 순매수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 지분율도 34.52%에서 1.5% 가량 높아진 35.97%를 기록중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삼성SDI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를 세가지 정도로 꼽고 있다.

우선 기업실적에 비해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는 점이다.

정재열 굿모닝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 예상실적을 기준으로 한 주가수익비율이 3.8배,EV/EBITDA는 1.6배에 불과하다"며 "지나치게 과매도된 측면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사양산업으로 치부됐던 브라운관 사업이 당초 예상과 달리 양호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는 것도 향후 주가전망을 밝게 하는 부분이다.

노트북시장을 중심으로 브라운관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각됐던 TFT-LCD(초박막액정화면)가 아직은 예상만큼 시장장악력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SK증권에 따르면 당초 TFT-LCD는 오는 2004년까지 연평균 50%에 이르는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지만 현재 전체 모니터시장에서 LCD모니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인 상태다.

새롭게 추진중인 2차전지와 PDP(평판디스플레이)등 신규사업도 주목받고 있다.

한번 쓰고 버리는 1차전지와 달리 2차전지는 재사용이 가능한 제품으로 향후 전자기기의 소형화·경량화추세에 발맞춰 지속적인 수요증가가 예상된다.

PDP도 디지털 방송이 확산되는 2002년 이후에는 매출이 급증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현재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브라운관 사업의 성장성이 TFT-LCD에 비해 떨어진다는 점은 주가상승에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또 2차전지 및 PDP 등 신규사업 역시 기술적인 어려움과 일본업체들과의 경쟁 등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