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Acquisition&Development·인수개발)는 과연 기업의 화려한 변신과 엄청난 수익증가를 담보하는 보증수표인가.

껍데기만 남은 상태에서 투자조합에 인수된 신안화섬이 첨단기업으로의 변신을 재료로 1백만원대를 돌파,코스닥 최고가주로 올라서자 A&D 관련주가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별볼일 없던 기업도 A&D 추진설만 나돌면 시장 전체의 분위기와 관계없이 연일 상한가를 기록할 정도로 A&D는 개별종목의 최대 재료가 되고 있다.

신안화섬 외에 코스프가 인터넷기업 인수설에 따른 기업변신의 기대감으로 폭등세를 나타냈으며 신라섬유 호신섬유 등도 A&D설과 함게 급등대열에 합류했다.

A&D는 지난 2월 외국계 투자회사인 리타워그룹이 송풍기 제조업체인 파워텍을 인수하면서 처음 소개된 방식이다.

인터넷 지주회사를 표방한 파워텍은 국내 벤처기업들을 잇따라 인수하며 5월께는 주가가 3백60만원대로 치솟기까지 했다.

이후 엔피아 바른손 모헨즈 등이 제3자 유상증자를 활용한 기업인수,즉 ''리타워텍 방식''을 답습하며 A&D 관련주에 가세했다.

이제 코스닥시장에서 A&D는 변신을 꾀하는 전통기업의 유행이 되다시피했다.

◆A&D의 허와 실=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A&D의 최대 약점으로 껍데기뿐인 회사에서 출발한 ''태생적 한계''를 꼽고 있다.

리타워그룹이 인수한 파워텍을 비롯해 모헨즈(옛 한일흥업) 엔피아 바른손 신안화섬 등은 대부분 영세한 굴뚝기업이다.

더러는 자본잠식 상태에 있었던 기업도 있다.

기본 바탕이 취약하다는 점에서 많은 증권 전문가들은 첨단기업을 인수,시너지 효과를 거둠과 동시에 기업가치를 극대화한다는 발상 자체에 의혹의 눈길을 보낸다.

A&D 기업들은 흔히 미국의 시스코를 모델로 제시한다.

하지만 시스코는 국내기업과는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

시스코는 이미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상태에서 기술 제품 인력 등을 ''보충''하기 위해 A&D를 활용했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도 가능하고 기업가치로 높아졌다는 것.

한화증권 정인기 연구원은 "모체가 껍데기만 남은 회사일 뿐만 아니라 인수회사들도 모두 검증이 안된 기업들"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기업들이 뭉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가 의문이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코스닥의 ''무혈입성''을 위한 수단으로 A&D를 깎아내리기도 한다.

◆인위적 주가부양에 대한 의혹=삼성증권 손범규 연구원은 "A&D관련 기업들은 고주가를 기반으로 벤처기업을 인수하고 있고 이들 기업들을 결합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을 쓰고 있다"며 "주가가 이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에는 사업모델 자체가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칫 주가가 4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일본의 히카리통신을 답습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A&D 관련기업들은 뭔가 주가에 재료가 될만한 자료를 꾸준히 발표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가발전식 소문을 뿌리기도 한다.

증권당국이 일부 A&D 관련주에 대해 시세조종 의혹을 가지고 조사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A&D 관련기업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리타워텍의 최유신 회장은 "A&D는 척박한 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시스코에 비견될 회사를 만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며 "리타워텍은 그동안 인수작업 등을 통해 시스코에 비견될만한 규모를 갖췄고 이제 출발점에 섰다"고 말했다.

관련기업들은 또 기술을 빼면 자금과 시장기반 등이 취약한 장외 벤처기업들의 탈출구로 A&D는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A&D관련주들의 실적=대부분 영업이익에서 적자를 내고 있다.

리타워텍은 지난 분기(6∼8월)에 9억9천만원의 매출에 영업손실 6억원,순손실 21억원을 기록했다.

바른손 모헨즈 엔피아 등도 영업손실을 내는 등 실적호전을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른손은 화의채무탕감 등으로 3·4분기 82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영업에서는 12억원의 적자를 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