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구조조정이 급류를 타고 있는 가운데 은행주를 둘러싼 호재와 악재가 희비 쌍곡선을 긋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8일 조흥 외환 한빛 평화 광주 제주은행에 대한 경영평가결과를 발표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한동 국무총리가 대독한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이달 안에 은행의 추가적인 합병과 지주회사 제도를 통해 은행권의 구조조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조만간 ''금융지주회사설립 추진위원회(가칭)''를 발족,내년 2월께 은행 종금 보험사 등으로 이뤄진 거대 금융지주회사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은행주에는 호재로 작용할 재료들이다.

그러나 악영향을 미칠 만한 재료도 만만치 않다.

대우자동차가 부도처리됨으로써 당장 은행들의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현대건설문제도 쉽사리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은행에 대한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규모도 아직은 유동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은행주가 당장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힘들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날 나온 호재와 악재 모두 은행의 불투명성을 제거하고 건전성을 제고시킨다는 점에서 은행주는 서서히 기지개를 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우량은행간 합병이 가시화될 시점을 전후로 단기상승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불확실성은 여전=이날 쏟아진 은행주에 대한 재료들은 모두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내용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주가에 이미 반영됐다는 것이 한결같은 견해다.

특히 이날 금감위로부터 경영개선계획을 승인받지 못한 4개은행의 경우 감자(자본금감축)를 얼마나 실시하고 공적자금을 어느 규모로 투입할지 결정되지 않아 당장 주가가 확실한 방향을 잡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준재 LG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한빛 등 4개은행의 경우 주가의 향방을 결정하기 위해선 감자비율과 공적자금투입규모 등이 나와야 하지만 아직 불확실하기 때문에 섣불리 상승여부를 점치긴 힘들다"고 말했다.

외환 조흥은행도 마찬가지다.

비록 독자생존에 성공했지만 각각 현대건설과 쌍용양회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날 두 은행의 주가가 독자생존 소식이 전해진 후 급등했다가 갈수록 상승폭이 줄어든 점이 이를 반증한다.

외환은행은 감자부담도 남아있다.

◆합병이 상승계기=은행주는 우량은행간 합병이 가시화될 경우 상승의 계기를 잡을 전망이다.

은행들은 금감위의 경영평가결과를 계기로 ''짝짓기''노력을 활발히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하나 한미은행뿐만 아니라 국민 주택은행및 독자생존판정을 받은 외환 조흥은행도 합병시장에 나올 공산이 크다.

우량은행간 합병움직임이 가시화될 경우 은행주는 상당한 상승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구경회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정부가 주도하는 금융지주회사의 경우 시너지효과가 의심되지만 우량은행간 합병은 시너지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며 "우량은행간 합병을 전후로 은행주가 움직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우량은행주에 주목=이런 점을 감안하면 역시 우량은행주에 대한 투자가 리스크(위험)를 줄이는 방안으로 지적된다.

실제 이날 부도처리된 대우자동차에 대한 여신은 한빛 조흥 외환은행이 각각 3천억원을 넘고 있다.

이에비해 국민 주택 등 우량은행은 대우자동차에 대한 여신이 1천억원미만이다.

현대건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부실기업으로 인한 추가부담이 적은 셈이다.

특히 외국인마저 미국증시의 금융주 강세를 바탕으로 최근 국민 신한 주택 등 우량은행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저가은행주보다 우량은행주에 더욱 주목해야할 것으로 분석된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