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2일 미국에서 귀국함에 따라 현대그룹은 4천억~7천억원 규모의 긴급자구책을 확정, 3일 오전 채권은행단에 제시하기로 했다.

이날 오후 7시30분 싱가포르항공편으로 미국에서 돌아온 정 회장은 김포공항에서 곧바로 계동 본사로 가서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 김재수 현대 구조조정위원장 등과 수뇌부 대책회의를 가진 끝에 채권은행의 요구를 전면 수용한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이 자구책에는 당초 담보대출을 추진했던 서산간척지를 채권단 요구대로 매각하는 방안과 정주영 전 명예회장 및 정 회장의 사재출자 등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측은 이미 사재출자와 관련, 정 전 명예회장의 경우 9백억원 상당의 현대자동차 지분(2.69%)등 주식매각과 1천7백억원 규모의 현대건설 회사채 출자전환 등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정부와 채권은행단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대전자(1.7%) 등 정몽헌 회장의 보유주식 매각으로 최대 6백91억원을 조달하겠다는 방침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서산간척지매각을 놓고 정부가 2천2백억원의 매입가격을 제시하고 있는 반면 현대측은 자체 감정가인 6천7백억원을 희망하고 있어 양측이 막판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 회장은 이날 저녁 공항에서 경영일선 복귀와 미국 AIG그룹으로부터의 외자유치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만 말하고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문희수.김용준 기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