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침체의 늪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초 1059선까지 치솟았던 종합주가지수는 그야말로 추풍낙엽이다.

26일 현재 523.67을 기록하고 있다.

주가 꼭대기에서 시장에 참여했다가 "어어"하는 새 원금의 절반 이상을 날린 투자자들이 수두룩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선물시장의 거래대금이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선물을 매도하면 주가가 떨어져도 이익을 낼 수 있으니 일반인 투자자의 선물시장 참여가 매우 활발해졌다.

선물거래대금이 현물시장을 앞지른 지도 오래됐다.

현선배율이 좀처럼 낮아지지 않는 것으로 볼 때 현물시장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선배율이란=주식거래대금과 선물거래대금의 배율을 말한다.

하루 선물거래대금이 주식거래대금보다 많으면 1보다 높게 나타나고 적으면 1보다 낮게 나타난다.

최근의 현선배율은 2배를 웃돌고 있다.

지난 24일의 경우 선물거래대금은 4조8천억원,주식거래대금은 1조9천억원으로 그 배율이 2.50배였다.

대우증권 선물·옵션팀의 주제식 조사역은 "현선배율은 강세장과 약세장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지표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약세장의 징후=강세장과 약세장의 현선배율은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올해 초 종합주가지수가 1059를 기록했을 때를 보자.당시 현선배율은 0.57배에 불과했다.

하루 주식거래대금은 3조7천억원이었으나 선물거래대금은 고작 2조1천억원이었다.

최근 상황과 비교하면 정반대의 양상이다.

주가가 상승세를 타던 지난해 12월에도 현선배율은 항상 1을 밑돌았다.

올 7월 중순까지 1을 사이에 두고 오르락내리락했다.

지난 7월12일엔 0.70을 기록했다.

그러나 7월13일 이후 대부분 1배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한때 3배까지 상승하는 경우도 있었다.

주 조사역은 "실제로 최근 일반투자자들의 선물거래비중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3∼26일 일반인의 하루 평균 선물매수 및 매도 거래비중은 각각 66.65%,66.49%다.

반면 종합주가지수가 고공권에 있던 지난 1월24∼28일에는 하루평균 거래비중이 각각 40.82%,40.43%였다.

선물거래비중이 높아진 것은 현물시장이 약세를 보이자 일반인의 선물시장 출입이 빈번해졌다는 증거다.

한화증권의 구돈완 선물·옵션영업팀장은 "선물시장에서 큰손인 외국인의 매매패턴을 바꿀 정도로 일반인들의 거래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전망=이런 현상이 좀 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주식시장을 벌떡 일으켜 세울 정도로 투자심리를 개선시킬 만한 호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시장의 눈치를 살피는 외국인은 연일 주식을 내다팔고 있다.

국내 경기둔화 조짐마저 여기저기서 관찰되고 있다.

신속한 기업·금융구조조정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한다.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가격은 하락추세고 중동지역 긴장고조로 국제유가 역시 불안하다.

이런 주변여건은 선물시장의 거래활황을 좀더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현물시장의 침체를 부추기는 요소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