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기업들은 올들어 모두 1조6천억원 이상의 자금을 다른 기업의 주식을 사들이는데 사용하는 등 사세 확장에 주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네트워크 구축 등 시너지효과를 위해 벤처기업에 출자한 경우도 있지만 단순 재테크나 돈놀이 투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코스닥 및 프리코스닥(장외)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도미노식 붕괴''로 한국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24일 코스닥증권시장㈜은 올들어 10월21일 현재까지 코스닥 등록기업들의 타법인 출자규모는 1조6천7백74억원(8백37건)이라고 발표했다.

명목상 타법인 출자규모가 가장 큰 회사는 중소기업은행으로 7천1백70억원이다.

중소기업은행의 타법인 출자는 거의가 정부의 투신정상화 계획에 따라 대한투신 등의 증자에 참여한 것이다.

그러나 특수업종인 은행을 제외하고 타법인 출자가 많은 회사는 세원텔레콤으로 7백3억원 규모를 기록했다.

다음으로 △CJ39쇼핑(6백27억원) △새롬기술(5백82억원) △리타워테크놀러지스(5백73억원) △골드뱅크(4백5억원) △SBS(3백32억원) △한글과컴퓨터(3백21억원) △대양이앤씨(3백6억원) △메디다스(2백81억원) △하나로통신(2백56억원) 등의 순으로 타법인 출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금보다 더 많은 자금을 출자한 기업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원텔레콤의 경우 자본금(1백4억원)의 6.7배인 7백3억원을 타회사 주식을 사들이는데 사용했다.

이밖에 골드뱅크 새롬기술 등 타법인출자가 활발했던 대부분 기업들의 경우도 타법인출자 규모가 자본금을 웃돌았다.

제조업체들이 주력 업종과 무관한 창투사 금고 등 금융기관에 출자한 건수도 14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롬기술이 새롬벤처스에 1백억원을 출자한 것을 비롯해 에이스테크놀로지 자네트시스템 코리아링크 비티씨정보통신 등이 금융기관 주식을 취득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도 코스닥기업의 금융기관 출자건수가 20건이나 되는 등 금융기관에 대한 벤처기업들의 투자는 2년 동안 계속 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스닥증권시장㈜의 윤권택 공시팀장은 "코스닥시장 활황기에 유상증자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기술개발이나 경쟁력강화에 사용하지 않고 돈놀이에 사용한 기업이 상당수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윤 팀장은 "코스닥 및 프리코스닥시장의 침체로 출자회사 주식을 처분하는 것이 불가능한데다 주가 하락까지 겹치고 있어 조만간 한국디지탈라인처럼 자금난에 빠지는 기업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경신 대유리젠트증권 이사는 "증시에서 조달한 자금의 사용처에 대한 감독당국의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