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주식의 자존심 삼성전자가 퍼렇게 멍이 들었다.

한 2년 포시랍게 잘 사는가 싶더니 토닥토닥 불화 끝에 마침내 소박을 맞았다.

마음 변해 떠나는 옛 연인,가랑이 붙잡고 늘어질 수도 없는 노릇.

거자필반이라 했으니 옛정이 되살아 나면 돌아올테고.

오늘은 그간 선전해 주었던 삼성전자에 얽힌 얘기를 좀 해 보고 싶다.

지난 2년 동안 나는 거의 매일 "삼성전자"를 입에 달고 살았다.

주식은 "파는" 게임.

그 파는 방법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99년 4월에 10만원 돌파... 이때가 살 때다.

왜냐고? 묻지말고 사야한다.

바닥에서 세 배 이상 오를 땐 무슨 이유가 있겠지... 똑똑한 사람들이 어련히 알아서 샀을까...

그냥 따라 사는 것이다.

그러면 언제 팔지? 조금만 잃고 팔면 된다.

잃을 걸 왜 사느냐고? 이유는 간단하다.

벌자고 덤비면 대부분 깨지니까.

그래서 계획대로 5월에 한번 손절매한다.

그리고 6월에 다시 뜰 때 10만원에 또 산다.

요령은 전과 동.

그런데 듯밖에 15만원까지 오른다.

여기서 조심! 다 먹으려 하면 안된다.

"반만 먹자"하고 12만5천원이 되길 기다린다.

그런데 20만원까지 꾸역꾸역 자꾸 오른다.

100%나 남았으니 이제 팔까? 아니다. 반만 먹자.

15만원으로 떨어지면 팔아야지.이렇듯 오를 때마다 "반만 먹자" 한 사람은 39만4천원 최고치까지 두 다리 쭉 뻗고 잔다.

반도체 전망...해외동향...조정...바닥...골치아픈 얘기 들을 일이 없다.

그러다 이번에 25만원 깨질때 드디어 매도한다.

신경하나 안쓰고 150%나 벌었군...고맙다,05930...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 논리대로 실제 10만원에 매수했던 C박사도 결국 못 견디고 22만원에 팔았다.

그리곤 25만원에 왕창 다시 샀다가 크게 깨지고 겁이나서 다시는 못샀다.

그러다가 지난 7월,1년간 미국을 가게 됐다며 나를 찾아왔다.

삼성전자를 1천주 사놓고 가겠다는 것이었다.

몰빵은 위험하다며 나는 한사코 만류했다.

며칠전,그 C박사가 국제전화를 했다.

큰일 날 뻔했다,고맙다는 전화였다.

우리 환자중에는 삼성전자를 5만원대에 사서 최고치 근처때 클리닉에 온 분도 있었다.

일곱배가 뛸 때까지 어떻게 안 팔고 계셨느냐고 물었더니 답이 가관이었다.

초보자라 사 놓고 팔 줄을 몰라 여태 들고 있었는데 오늘 그걸 배우러 왔다는 것이었다.

지난달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이른 아침,핸드폰을 건네주는 아내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받아보니 다급한 여자음성이었다.

이 무슨 괴이한 일이...하는 순간,울산인데 삼성전자 때문에 전화하는 거라 했다.

요전에 28만원에 손절매했는데 5만원 더 빠졌으니 오늘 동시호가에 좀 잡아도 될까요 하는 것이었다.

"사모님 제 강의를 듣고도 그런 질문을 하십니까? 그러면 다 까먹습니다.

주식은 많이 오를 때 사는 겁니다"

지금도 가끔 그 목소리가 생각난다.

밤새 얼마나 고민했으면 그 이른 시각에... 또 한가지,최근 삼성전자 추락의 와중에 들리는 얘기로는 많은 기관들이 손을 놓고 있다고 한다.

피가 철철흘러도 붕대로 싸맬 생각은 않고 피가 나는 이유를 분석하는 고질적인 위험 불감증...그것의 치유없이는 실력향상은 요원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마필사의 아픈 교훈을 남긴 삼성전자.

매일 자식 이름보다 더 자주 불렀던 삼성전자.

전반적인 하락장에서도 이런 주식은 이런 논리로 보유하는 거다 하는 모범을 보여줬던 삼성전자.

이 삼성전자가 또 한번 선전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김지민한경머니자문위원.현대증권투자클리닉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