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 일일까"

20일 국내외 증권사엔 초비상이 걸렸다.

갑작스레 2천5백13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한 외국인의 의도를 파악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외국인은 한동안 9일 연속 매도우위를 기록하며 한국증시를 등지고 이탈하는듯 했다.

국내외 증권사 관계자들은 일단 전날 미국 나스닥 주가가 폭등했고 반도체지수가 급반등세를 보인 결과로 분석했다.

증시 한편에선 ''한탕을 노린''단기 투기자금일 것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외국인이 한국증시로 본격 회귀하는 신호탄인지,그렇지 않은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반도체주 집중매수=외국인의 순매수분중 삼성전자와 현대전자가 각각 1천8백54억원,2백64억원을 차지했다.

덕분에 삼성전자는 상한가를,현대전자는 8.51%나 급등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메릴린치,UBS워버그,모건스탠리증권 창구에서 집중적으로 매수됐다.

메릴린치증권으로는 50만여주의 매수주문이 몰려 들었다.

외국인이 반도체주를 무더기로 사들이던 지난 3월및 6월의 상황과 흡사한 모습이었다.

장중엔 ''외국인이 지난 18일 메릴린치증권에 1백30만주에 달하는 삼성전자 매수 예약주문을 내놓았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그러나 주문을 받은 메릴린치 증권이 추가하락을 우려해 주문을 내놓지 않았다가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폭등하자 이날 장초반에 부랴부랴 50만여주의 매수주문을 냈다는 얘기다.

◆매수주체와 매수배경=삼성전자와 주가움직임이 거의 일치하는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전날 미국시장에서 21.44% 폭등했다.

인텔은 9.82% 급등했다.

이들 기업의 실적이 우려했던 것보다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외국인이 미국시장의 동향을 보고 국내 관련주를 매매하는 패턴을 보였다는 점에서 매수세의 배경이 어느 정도 짐작된다.

이날 국내 증시처럼 급상승세를 탄 대만,일본증시에서 반도체주가 장을 주도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나 64메가D램 국제현물가격은 지난 19일 개당 4.71∼4.99달러로 3.88%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중 최저치인 4.5달러대에 근접한 수준이다.

차세대 주력제품으로 꼽히는 1백28메가D램 가격도 13.55∼14.15달러로 전날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같은 반도체가격의 추이로 본다면 외국인의 폭발적인 매수세가 언뜻 이해가지 않는다.

게다가 메릴린치증권이 최근 ''월간 아시아전략''에서 정부의 부진한 개혁추진으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가능성이 3개월전에 비해 더 낮아졌다는 뉴스도 장중 전해졌다.

증시 일부에서는 이런 정황으로 미뤄 외국인들중 단기 투자세력이 재유입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 외국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전자 주식을 먼저 팔고 나갔던 헤지펀드들이 삼성전자 주가가 수익에 비해 지나치게 하락하자 단기수익을 노리고 저가매수한 것같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순매수 전환인가=엥도수에즈 WI카증권의 김기태 이사는 "조만간 D램가격이 재반등할 것으로 미리 감지했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외국인이 미국 증시동향을 보고 매매하는 경향이 많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주말 미국 증시와 반도체주가의 움직임이 다음주 외국인의 순매수 지속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한국은행은 지난 9월 9억3천만달러,이달 들어 16일현재까지 1억8천만달러의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한국을 이탈(순유출)했다고 이날 집계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한국시장을 본격 이탈하는 신호로 받아들이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동안 대만 싱가포르 태국등에서 외국인자금 순유출이 있었는데다 포드차의 대우차 인수포기,반도체가격 하락,유가급등,미국증시불안등 대외적 요인이 가세한 결과여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월부터 8월까지는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1백19억7천만달러나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