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주식학교의 무서움을 모른다.

대개의 경우 주식이 돈 된다고 천지가 떠들썩할 때 입학을 하기 때문이다.

때가 때인만큼 신입생 환영회도 분위기가 좋다.

입학하자 마자 거하게 한 상 대접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이 행복도 잠시,불시에 떨어진 모의고사에서 한번 된통 혼이 난다.

이게 장난이 아니군...하며 그제서야 머리를 싸매지만 답이 나를 피하는지 내가 답을 피하는지...좀처럼 성적이 안 오른다.

그래서 고심끝에 생학해 낸는 게 과외공부다.

펀드계의 신화,전설의 족집게,대박의 화신,재야의 고수...용하다고 소문난 선생님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정답 좀 미리 가르쳐주십사...참한 놈으로 하나만 점지를...정중하게 머릴 조아리는가 하면,아예 돈 보따리를 갖다 맡기는 학생도 있다.

사정이 절박한 만큼 바짓가랑이를 부여잡는 그 심정 또한 애절하다.

선생님은 뭐가 달라도 다르겠지...이제 곧 나아지겠지...하지만 생전 못보던 문제가 수두룩한 이 주식학교 공부에는 과외 선생님도 대책이 없다.

아무리 연필을 굴려도 알쏭달쏭 답을 모르겠고,학교 성적은 점점 더 떨어지고...조마조마하던 차에 마침내 불길한 예감이 적중을 한다.

"무슨 선생님이 이래.나보다 나은 게 없잖아"

참다못한 학생이 움켜쥐었던 가랑이를 팽개치고 독학선언을 하는 것이다.

그래,믿을 사람이 없어...혼자 하는 거야...입술을 깨물고 다시금 홀로서길 해보지만 막막하긴 매한가지...가속도가 붙은 내리막 행진은 브레이크가 없다.

나도 깨먹고,선생님도 깨먹고,또 내가 깨먹고...주먹만하던 왕사탕이 눈깔사탕만큼 작아진 것이다.

주식이 "찍는"게임이라면 미아리 산신도사밑에 가서 수련을 쌓아야 한다.

주식이 공부해서 되는 일이라면 S대 수석 합격자한테 과외를 받아야 한다.

그런에 오랜 세월,비싼 수업료주고 깨쳤듯이 주식은 그런 게 아니다.

누굴 붙잡고 물어봐도,어떤 선생님 지도를 받아도 답이 안나오는 어려운 문제다.

많이 번민할수록,깊이 연구할수록 더 빨리 꼴찌로 미끄러지는 참으로 신비로운 공부다.

그러나 절망할 것은 없다.

둘러보면 도처에 선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잘난 것 없고 어수룩해 보여도 남다른 행동을 하는 이들이 있는 것이다.

잘 오르는 주식을 언제 팔까 안달할 때,쳐다보지 말고 목욕이나 가자던 그 사람.

추락하는 장에서 한푼이라도 더 건지려고 아둥바둥할 때,몇 달 쉬다 오자며 일어서던 그 사람.

화장실 다녀오는 그 몇 분 사이에 내가 망설이던 손절매를 대신 쳐 줬던 그 사람.

바로 나의 심리적 한계를 극복시켜준 그 사람이 내 선생이다.

물타기는 체중만 불려서 영원히 물밑으로 잠수하는 거라고 말하던 그 사람.

몰빵은 멸망에 이르는 지름길이라고 넌지시 한 마디 해주던 그 사람.

지극히 인간적인 나의 욕망을 깨부셔주던 그 사람이 진정 내게 필요한 선생인 것이다.

주식은 가시밭길 역정이다.

감성을 가진 인간인 이상 우등생 되기가 정말로 힘든 공부다.

이길을 인도해줄 나의 선생님은 저 멀리 구름을 타고 다니는 도사가 아니다.

장안의 화제,적중률 100%의 유명강사가 아니다.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그 한계를 극복하려고 날마다 자신을 타이르는 그런 분이 진짜 선생님이다.

잘 찾아보자.

그런 이름없는 선생님들을.

김지민 < 현대증권투자클리닉원장.한경머니자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