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의 검은 금요일''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장중 한때 지난 99년 2월이후 1년8개월만에 500선 밑으로 떨어졌다.

미국 증시폭락,유가급등,중동긴장 고조등 메가톤급 해외악재가 몰아치면서 전날보다 36.1포인트 급락한 498.56까지 곤두박질 쳤다.

다행히 오후 2시반께부터 낙폭이 줄어들었다.

AFP 통신이 서울발로 보도한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보도가 그나마 투자심리를 다소 북돋운 덕분이다.

전문가들은 2차 구조조정등 가뜩이나 불안한 국내 불안요인에다 해외악재까지 겹치면서 증시가 완전히 기력을 잃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연초대비 44% 감소했으며 삼성전자 SK텔레콤등 핵심블루칩은 고점에 비해 주가가 반토막이 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을 사려는 세력은 쉽사리 나타나지 않고 있다.

추가하락 내지 장기간 횡보할 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폭탄맞은 블루칩=종합주가지수가 연초대비 절반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신저가가 속출하는 등 종목별 주가도 처참한 지경이다.

국내증시를 이끌면서 대장주 역할을 해왔던 삼성전자는 이날 15만1천5백원에 마감,지난해 7월수준으로 되돌아갔다.

한때 14만1천5백원까지 하락했다.

5일동안 주가가 무려 22%나 하락했으며 이 기간중 잃어버린 시가총액(6조원)만 한햇동안 벌어들인 순이익규모와 맞먹는다.

삼성전자는 불과 지난 7월중순만하더라도 사상최고가인 39만원까지 치솟았지만 반도체경기 논쟁과 외국인 매도세 영향으로 3개월만에 주가가 61%나 급락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삼성전자뿐 아니다.

SK텔레콤 한국통신 한국전력등 국내증시를 이끌고 있는 핵심블루칩이 모두 고점대비 절반이상 하락한 상태다.

한국통신이 연초에 비해 65% 떨어진 것을 비롯해 포항제철 53%,현대전자 56%등의 하락률을 기록중이다.

◆오그라든 시가총액=일주일간 거래소시장에서만 35조원이 허공에 날아갔다.

지난 6일이후 5일동안 종합주가지수는 82포인트(13.5%) 하락했으며 그 결과 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은 지난주말 2백20조원에서 이날 1백85조원으로 줄어들었다.

연초(3백57조)부터 따지면 증시에 까먹은 금액(시가총액 감소분)은 1백80조원이 된다.

이는 지난해 GDP(국내총생산) 4백36조원의 41%에 이르는 규모다.

전 국민이 땀 흘려 번 돈의 41%를 주식시장이 삼켜버린 셈이다.

◆숨어버린 저가 매수세력=시장참여자들이 우려하는 대목은 추가급락보다도 지수대에서 장기간 횡보할 가능성이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기업의 실적등 펀더멘털측면에서 보면 현재 주가는 매우 저평가돼 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런 인식에도 불구하고 매수세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주가가 현 수준에서 장기간 맴돌 가능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석규 리젠트자산운용 상무는 "국내 구조조정뿐 아니라 유가급등세,미국 증시불안등 국내증시를 압박할 불안변수가 워낙 많아 쉽사리 바닥을 찾았다고 할수 없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