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5일 "부실기업 퇴출기준"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이날 주가는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 98년6월 55개 퇴출기업발표를 앞두고 요동을 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부실기업퇴출이 악재가 아니라 장기적 호재로 받아들여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실기업 퇴출기준을 발표하고 다음달 이를 실행에 옮긴다고 발표한 것은 올해안에 금융및 기업구조조정을 마무리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표현된 것으로 해석된다.

지지부진한 구조조정이 빠르게 진척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퇴출대상으로 거론되는 기업의 경우 이미 주가가 상당히 떨어진데다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적어 대세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얘기된다.

따라서 증시는 당분간 퇴출기업 문제보다는 반도체가격 미국증시 등 해외 요인에 의해 움직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다만 퇴출기업의 규모에 따라 투신사들의 부실이 커질 가능성이 높고 채권시장도 더욱 경색돼 증시 수급구조개선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남아있다.

또 퇴출기업발표가 임박할수록 우량기업과 부실기업의 주가 차별화는 두드러질 전망이다.

◆장기적 호재=부실기업 퇴출기준 발표는 증시에 장기적 호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이들은 그 이유로 △부실기업 퇴출로 증시에 존재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가실수 있으며 △구조조정 진척은 외국인투자가의 매기를 불러올 수 있는데다 △실제 퇴출되는 기업의 경우 이미 주가가 상당히 하락한 상태여서 시장 전체에 대한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란 점을 들었다.

또 기업퇴출에 따른 불안감을 이미 시장에서 상당히 소화해냈다는 점에서 지난 98년 6월의 기업퇴출 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분석했다.

김기호 제일투신 주식운용팀장은 "정부가 현재의 위기상황을 인식했다는 반증이어서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며 "퇴출기업이 어디가 될 것인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만큼 시장의 관심은 예상보다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주가차별화 가능성=시간이 지날수록 우량기업과 부실기업의 주가차별화는 심해질 전망이다.

특히 퇴출기준 경계선에 있는 기업의 경우 퇴출기업 발표가 임박해지면서 등락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도 미미하지만 이런 조짐이 보였다.

상장사중 차입금이 5백억원 이상이면서 이자보상배율이 3년연속 1미만인 현대건설 고려산업개발 쌍용양회 등은 약세를 보였다.

또 한동안 시세를 분출하던 관리종목중 퇴출기준에 해당하는 기업도 고개를 숙였다.

이밖에 세풍 신호유화 진도 등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은 퇴출발표가 임박할수록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퇴출대상으로 거론되는 종목은 피하고 우량기업 위주로 투자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다만 이자보상배율이 3년연속 1을 밑돌더라도 퇴출되지 않을 가능성이도 상존하는 만큼 채권은행의 판단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조상호 한빛증권 투자분석부장은 "당분간 우량 개별종목의 순환장이 예상된다"며 "마음고생을 덜기 위해서라도 부실기업 투자는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금시장 경색 가능성=퇴출기업 선정작업이 시작되면서 채권시장은 한층 더 얼어붙을 전망이다.

투신사 은행등 채권 수요기관들은 퇴출 가능성이 있는 기업의 채권을 가급적 떠안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되면 ''회사채 인수기피→기업자금사정 악화→주가악영향''이란 악순환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또 퇴출기업의 회사채를 떠안고 있는 투신사의 경우 또다시 엄청난 부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어 기관투자가로서 기능 회복은 한층 멀어질 소지가 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