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내 얼굴 맞아'' 상장기업이 자신에게 되묻는 물음이다.

생존이 어려워진 것(부도나 영업포기)도 아니고 더군다나 원기(수익력)도 왕성해졌는데 얼굴빛(주가)은 엉망이다.

올들어 증시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주식이 ''애물단지''로 돌변했다.

오죽했으면 ''무주식 상팔자''라는 말까지 나돈다.

최근들어 반등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이처럼 침체장세가 지속되다보니 상장기업의 현재 주가수준은 역사적으로 저평가 상태에 놓여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불안한 금융적 여건이 역사적인 일을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자금시장의 난맥상,즉 ''돈맥 경화''현상이 뚫리면 상장기업 주가도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역사적인 저평가=28일 증권거래소가 97년 이후 최근까지 증시주변지표들을 분석한 결과 상장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반기기준)은 정기예금 금리(7.5%)의 배가 넘는 17.2%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ROE는 자기자본으로 만들어낸 당기순이익의 정도를 표현하는 것으로 기업의 자본효율성을 측정하는 지표가 된다.

투자자에게는 배당능력을 판단하는 잣대가 된다.

쉽게 말해 은행에 돈을 맡겨두기 보다는 기업에 돈을 맡겨두는 편이 수익률이 배이상 높다는 것이다.

또 현재 주가와 1주당 순자산을 비교하는 주가순자산비율은 98년초에는 1백6.8%였지만 지금은 63.6%로 청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주가로 상장사를 사들여 문을 닫고 보유자산을 처분해도 평균적으로 36.4%란 높은 이익을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주가수익비율(PER)도 3.9배로 90년이래 최저수준을 보이고 있다.

PER의 경우 97년 16배,98년 9.9배,99년 16.4배,올초 14.3배 였다.

미국(28.7배),일본(57.9배),영국(27.3배) 등과는 비교할 처지가 아니다.

고객예탁금도 98년초 2조6천억원대에서 7조6천억원대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이밖에 환율과 금리도 안정돼 있으며 안정성의 척도인 부채비율도 외환위기 직후인 98년초 3백40%에서 1백83%로 뚝 떨어졌다.

상장사의 재무구조와 증시주변 여건은 이처럼 호전됐지만 5백64개 상장종목(관리종목 제외) 가운데 주가가 98년초보다 오히려 내린 종목이 2백77개나 됐다.

◆저평가 배경=금융시스템 불안과 정부정책 실패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손동식 미래에셋 주식운용팀장은 "기업과 금융 구조조정이 실패한데다 시중에 돈이 돌지 않으면서 주식수요를 위축시켰다"고 말했다.

주환 노무라증권 이사는 "경기위축설로 투자자들이 IMF를 연상하며 몸을 움츠린데다 장세 지배력이 큰 외국인들이 포지션을 자주 바꿔 혼란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망=저평가 배경을 보면 기업의 수익력에 문제가 생겨 주가가 폭락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금융시스템이 정상화돼 돈이 돌기 시작하면 주식수요도 되살아 날 것으로 분석된다.

주 이사는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자금시장의 불안이 해소되면 시중 부동자금 2백30조원 가운데 일부가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손 팀장은 "이제는 모든 악재가 다 나왔다"며 "경기하강 국면에도 불구하고 기업수익력이 떨어지지 않는 대목에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궁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