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쇼크"로 세계증시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가뜩이나 고유가와 유로약세라는 대형 악재에 짓눌려 있던 세계증시는 인텔의 실적부진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인텔의 실적부진은 그동안 전문가들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던 반도체 경기논쟁이 결국 "비관"쪽으로 기우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세계경제 전망까지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칩 메이커인 인텔의 실적이 세계 반도체경기의 바로미터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반도체 시황에 대한 월가의 시각이 ''비관''에서 ''낙관''으로 재차 기울고 있는 시점에서 인텔의 실적 부진이 불거져 나와 시장충격은 더욱 컸다.

베어스턴스증권 체이스H&Q 등 월가의 금융기관들은 불과 3일전 "이달중 D램 가격이 안정세를 되찾기 시작해 연말께는 지난 2.4분기의 강세기조를 되찾을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더군다나 이달초 인텔과 어드밴테스트 마이크로디바이스(AMD) 등 반도체기업의 투자등급을 떨어뜨렸던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애널리스트 리처드 휘링톤도 투자등급을 다시 올렸었다.

인텔주가는 21일 장마감 후 시간외거래에서 23%나 폭락, 하루만에 시가총액중 7백70억달러가 날라갔다.

이에 따라 지난 이틀연속 강한 상승세를 탔던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4.5%나 급락했다.

인텔쇼크는 22일 아시아증시로 급속히 확산됐다.

한국의 삼성전자, 일본 후지쓰, 대만 TSMC, 싱가포르의 CSM 등 주요 반도체 주가는 동반폭락의 비운을 맞았다.

인텔 실적부진의 표면적인 배경은 유럽지역의 반도체 수요둔화다.

인텔은 전체매출의 22%를 차지하는 유럽지역의 수요부진으로 3.4분기 매출증가율이 3~5%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자 월가 전문가들은 단순히 유럽지역의 판매부진 뿐만 아니라 세계 PC수요 부진여파로 반도체 시황이 악화됐다는 반증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인텔의 유럽지역 매출부진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중인 유로화 약세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 향후 반도체시황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US뱅코프 파이퍼 제이프레이의 반도체담당 애널리스트인 아쇼크 쿠마르는 "인텔칩은 달러단위로 판매되기 때문에 유로화약세 영향을 별로 받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의 반도체 수요둔화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세계 반도체경기가 정점을 지났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반도체가격 하락세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개당 6달러대 중반인 64메가 D램가격이 조만간 5달러대로 추락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월가에서는 그동안 미국 등 세계증시를 지탱해 오던 반도체 호황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는 분석이 강해지고 있어 세계경제 및 세계증시가 악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반도체수출비중이 높은 한국 대만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관측했다.

세계주가도 그동안의 주도주가 사라짐에 따라 투자심리가 위축돼 하락장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