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탈진상태인 증시를 살리기 위해 잇따라 수급대책을 내놓고 있다.

주식형펀드의 종목당 투자한도(10%)확대,뮤추얼펀드의 법인세 폐지및 금융기관의 뮤추얼펀드 가입제한 폐지등이 그것이다.

증권업계에선 실기(失機)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할땐 들은 척도 않다가 이제서야 ''줄줄이 사탕''식으로 꺼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시장이 바라고 있는 것은 강력하고 신속한 구조조정인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수급대책을 뒤늦게 내놓아봤자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증시를 살리려는 정부의 의지가 투자자들에게 인식되고 향후 장세가 안정될 경우 그동안 누적돼온 만성적인 수급불균형을 뒤늦게나마 개선시키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수급대책=기능을 상실한 간접투자시장으로 자금을 유도,기관투자가의 주식 매수여력을 보강하는데 대책의 초점이 맞춰졌다.

수익증권과 뮤추얼펀드의 종목당 투자한도(10%)를 확대키로 한 것은 삼성전자등 대형주에 기관의 매수세를 유도해 증시안정을 꾀하자는 의도다.

투신권은 그동안 시가비중(15%) 1위인 삼성전자를 자유롭게 투자하지 못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외국인에 의해 출렁거리고 시장전체가 불안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뮤추얼펀드의 법인세 면제와 금융기관의 투자제한 철폐는 고사상태에 있는 뮤추얼펀드를 되살리자는 의도다.

뮤추얼펀드는 수익증권과 달리 상법상 주식회사여서 금융기관의 가입은 출자로 간주된다.

규모가 크면 계열사로 편입된다.

그래서 은행은 그동안 뮤추얼펀드 자산의 15%,보험·종금은 10%이상을 투자하지 못했다.

이를 완화해 금융기관들이 수익증권과 마찬가지로 뮤추얼펀드에도 자유롭게 투자할수 있도록 해주자는 게 정부방침이다.

M&A(인수합병)를 목적으로 하는 사모(私募)뮤추얼펀드를 허용한 것도 M&A활성화를 통한 증시회복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단기효과 미미할 듯=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대책이 당장 수요진작으로 이어지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원기 리젠트자산운용 사장은 "간접투자상품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있을 때 이런 조치들이 나왔으면 큰 효과를 발휘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지금은 증시불안으로 간접투자상품의 매력이 떨어져 있어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간접투자시장이 통상 주가에 후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대책은 증시가 안정된 이후에나 효과를 기대할수 있는 중장기 수급대책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때=전문가들은 정부가 수급대책을 강구하기 보다는 구조조정등 근본적인 치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결같이 주문하고 있다.

고유가 반도체가격하락 같은 외생변수는 어쩔수 없지만 구조조정 지연에 따른 금융불안 심리와 대외신인도 하락 우려는 정부가 충분히 제어할수 있다는 것이다.

박현주 미래에셋사장은 "정부가 내놓은 수급대책에 힙입어 증시가 회복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난센스이며 지금이라도 금융·기업구조조정을 신속하고 강력하게 추진하는 게 증시를 살리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불안 심리가 해소될 경우 시중 부동자금의 증시이동이 나타날수 있고 간접투자시장도 순차적으로 되살아날 것이란 설명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