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코스닥지수 100선이 붕괴됐다.

지난해 4월14일 100선을 돌파한지 17개월만에 100선 아래도 되밀렸다.

벤처열풍을 타고 지난 3월 한때 지수 300을 넘보기도 했던 코스닥지수가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상처를 안겨주며 "최후의 지지선"이라던 100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15일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2.82포인트 하락한 99.25를 기록했다.

벤처지수도 7.16포인트 떨어져 208.12에 머물렀다.

한경코스닥지수는 42.80로 1.38포인트 떨어졌다.

장중 한때 103선까지 오르기로 했었으나 12시를 전후에서 거래소시장이 약세로 돌아서자 밀리기 시작했다.

특히 거래소 선물시장이 일시 매매정지될 정도로 급락하면서 거래소의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시장에 새로운 에너지가 공급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포드의 대우차인수포기라는 돌발악재가 발생하자 시장이 충격을 이겨내지 못한 탓이다.

▲DJ정부 출범이전 수준으로 후퇴=DJ정부가 출범한 지난 98년 2월25일 코스닥지수는 99.40이었다.

이후 약세를 지속,61.01까지 밀렸던 코스닥지수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오름세를 타기 시작했다.

특히 벤처육성을 위한 코스닥 활성화방안이 발표된 지난해 5월17일 이후 상승세는 더욱 가속됐다.

''벤처드림'' ''코스닥드림''을 쫓는 투자자들의 가세로 100을 넘어선 지 3개월도 안돼 200선을 돌파했다.

코스닥 열풍은 올들어서도 계속됐다.

3월10일에는 사상최고치인 283.44를 기록했다.

300선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하지만 코스닥지수는 이때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6개월여만에 100 아래로 하락했다.

벤처열풍을 타고 치솟기만 하던 코스닥지수는 벤처거품론이 나오면서 갑자기 약세로 기울어 DJ정부 출범 이전수준으로까지 되밀린 것이다.

▲벤처거품에 개미들 40조원 이상 날렸다=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코스닥지수가 283.44로 올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3월10일 등록기업 4백22개(평화은행우선주 쌍용건설우선주 제외)의 시가총액은 90조1천5백89억원.1백조원에 다가섰던 시가총액이 지난 8일엔 37조9천6백17억원으로 줄었다.

57.9%에 해당하는 52조1천9백72억원이 허공으로 사라졌다는 얘기다.

지난해말 현재 코스닥주식의 개인투자자 보유비중은 77.95%.기관들의 매도세를 감안할 때 지금은 그 비중이 8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지난 3월10일 시장에 등록된 종목에서만 일반투자자들은 장부상으로 41조7천5백여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장 하락세로 올해 새로 등록된 종목들의 상당수가 약세인 점을 감안하면 개미들의 손실은 ''41조+a''이다.

▲꽉 막힌 벤처기업의 자금조달=투자했던 지분을 코스닥 등록후 매각해 짭짤한 이득을 얻었던 모 벤처캐피털 임원은 "이제는 액면가의 4∼5배만 넘어도 투자하기가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워낙 침체된 탓에 아무리 기업 내용이 좋더라도 일단은 몸을 사리고 보자는 게 최근의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벤처기업들은 자금조달의 길이 원천봉쇄됐다.

장외에선 꽤 이름이 알려진 A업체 대표는 "특허 상용화에 성공해 생산설비를 마련키로 하고 최근 자금조달을 위해 창투사 등과 협의를 시작했지만 ''기다려보자''는 말만 돌아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기업 경영은 타이밍이 중요한데 이러다간 좋은 기술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묻어버리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코스닥시장 침체는 벤처기업에 또다른 장벽으로 다가서고 있는 셈이다.

박기호·조주현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