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선물위원회가 15일 발표한 대우 계열 12개사의 분식회계 규모는 22조9천억원이다.

이는 12개 계열사 전체 자산규모 90조원의 25.4%에 해당한다.

쉽게 말해 대우 계열사는 97,98년 2년동안 회사재산의 4분의 1을 조작했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11월 대우측은 자기자본이 14조3천억원이라고 제시했다.

그러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관련 실사 결과 자기자본은 마이너스 28조6천억원으로 나타나 42조9천억원의 차액이 발생했다.

이중 53%인 22조9천억원이 회계장부상 조작(분식회계)으로 밝혀졌고 나머지 20조원은 실사기준이 회계감사기준보다 엄격했던 데 따른 차액이라고 금융감독원은 설명했다.

◆다양한 분식(粉飾)수법=대우 계열사의 분식회계 수법은 가지가지였다.

이성희 금감원 대우조사감리반장은 "부채를 장부에서 고의로 누락시킨 금액이 15조원이며 이중 해외 비밀계좌인 BFC(British Finance Center)에서 발견된 분식규모가 5조∼6조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주)대우의 경우 해외법인이 BFC계좌를 통해 현지에서 빌린 돈으로 계열사의 손실지원과 해외사업투자 지원등에 썼다.

빌린 돈은 차입금으로 재무제표에 기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우는 장부상 부채를 적게 만들기 위해 고의로 누락시켰다.

대우중공업은 80년대 후반 이후 조선경기 불황때 선박수주 경비와 선가감액분 등 손실을 장부에 기재하지 않은 차입금으로 메움으로써 그동안 손실을 적게 발표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가짜채권으로 자산을 부풀린 금액도 4조원에 달한다.

대우자동차는 해외투자법인에 자동차 제조설비를 수출하면서 받은 선수금을 다른 항목으로 고쳐 수익으로 계상해 매출액을 부풀렸다.

대우중공업도 허위로 매출을 계상해 실적을 ''뻥튀기''했다.

재고자산을 과대계상한 액수도 2조원이나 된다.

대우자동차는 자동차 생산에 이미 쓰인 원재료를 아직 쓰지 않았다며 재고자산으로 처리해 재고를 과대계상했다.

이밖에 가짜설비 등을 실제로 있는 것처럼 장부에 올리는 수법 등으로 1조9천억원을 부풀렸다.

대우전자는 현업부서에서 쓰지 않고 폐기시킨 설비를 손실처리하지 않아 유형자산이 과대계상되도록 했다.

대우통신은 비용으로 써야 할 연구개발비용을 자산항목으로 기재해 자산을 부풀렸다.

◆빼돌린 돈은 없었나=진동수 증선위 상임위원은 "22조9천억원을 빼돌렸다는 오해가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돈을 빌려 놓고 장부에 계상하지 않았을 뿐 그 돈은 계열사를 지원하는 데 주로 썼으며 장부조작을 통해 자산규모를 부풀린 것이라고 진 위원은 설명했다.

그러나 안희성 대우조사감리반 팀장은 "계열사에 지원된 돈이 어떻게 쓰였으며 부외거래 과정에서 자금유용이나 횡령은 없었는지는 이번 조사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