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과 개투의 매도로 삼전과 현전이 빠지고 있음. 약세장이지만 오늘도 즐투하시길"

어떤 인터넷 증권정보사이트에 들어가든지 사이버 투자자들이 즐겨쓰는 새로운 "증권용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어찌보면 암호문 같지만 사이버 투자자의 정서를 들여다 보는데는 더 없이 좋은 소재다.

최근들어 주식시장이 어려움에 빠지면서 신조어는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게중에는 익살과 풍자를 곁들인 걸작도 있지만 요즘 들어선 침체된 시장분위기를 반영이라도 하듯 거칠고 부정적인 용어가 많다.

외국인 투자자를 외계인이라고 부른다.

"화성침공"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외계인을 연상케 한다.

힘없는 지구인들을 괴롭히는 우주인 같다는 뉘앙스가 들어 있다.

국내 시장에서 치열한 육박전을 벌이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이 보기엔 외국인이 지구를 침공한 화성인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정서가 배어 있다.

그들의 속내를 짐작하기 어렵다는 뜻도 내포돼 있다.

국내 투신사를 두고선 "개투"라고 비하시켜 놓았다.

개인투자자를 줄여서 개투라고 부르는듯 이해하기 쉬우나 투신사를 지칭한 말이었다.

사이버 투자자의 눈엔 투신사가 가시가 됐다.

조금 오를만하면 매물을 잔뜩 쏟아부어댄다고 해서 그런 고약한 이름을 붙였다.

종목이름도 줄여 부른다.

삼성전자를 "삼전"으로, 현대전자를 "현전"으로 표기한다.

촌각을 다투는 데이트레이더나 사이버 거래의 급박함을 대변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서로를 격려하는 인사말로 "즐투"라는 용어가 있다.

"즐거운 투자"의 줄임말이다.

메시지를 보내면서 "즐투"라는 표현을 끝부분에 첨가해 서로의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인터넷 정보사이트에 글을 올리는 사람들의 ID에서도 그들이 정서가 묻어난다.

증시가 하강국면을 그리는 요즘엔 부정적인 이미지의 ID가 많다.

"이익시련", "성난개미", "깡통대장" 등이 그 같은 예다.

이밖에 귀에 솔깃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느낌의 "은밀한 속삭임", 증권가의 유명인사를 본딴 "박현주", "코리아소로스" 등도 있다.

용기를 잃지 않고 있는 "stocklove", "대박신드롬"이란 ID도 있다.

증권정보사이트의 한 관계자는 "간혹 거칠고 험한 사이버 용어 때문에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사례도 있지만 시장참가자의 정서를 훑어보는데는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