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고유가, 원화강세, 증시침체, 단기외채 증가, 물가 불안 등 5대 악재가 겹쳐 경제에 초비상이 걸렸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회는 정쟁으로 개점 휴업상태다.

금융.기업구조조정에 시급한 법률들은 낮잠을 자고 있다.

이익단체들의 집단이기주의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추석이후 효과적인 정책대응을 하지 못할 경우 한국경제 앞날에 불안감은 더욱 짙어질 수 있다.

◆ 유가 비상 =8일 브렌트유(油)는 현물가격기준으로 배럴당 36.16달러를 기록, 전날보다 1.82달러나 떨어졌다.

석유개발공사는 이같은 유가하락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을 앞두고 이익을 선취하려는 매물이 시장에 쏟아진 때문으로 분석하고 증산이 기대할 만한 수준은 안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를 육박하는 수준은 안되더라도 고유가가 지속되거나 불안감은 여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재정경제부 한성택 경제정책국장은 "유가가 앞으로 배럴당 30달러선을 유지할 경우 올해 원유수입액은 당초 예상보다 20억달러 늘어난 2백55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이는 반도체 수출과 맞먹는 규모"라고 밝혔다.

정부는 유가가 강세를 지속해도 올 경상수지 흑자 목표(1백억∼1백20억달러)를 달성할수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연구소들은 흑자규모가 20억달러 정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자재가격까지 급등, 물가상승압박을 높이고 기업들의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수출경쟁력 약화시키는 원화강세 =올들어 달러당 1천1백10∼1천1백20원대를 유지하던 환율은 8월 말부터 급락세를 보여 한때 97년11월 이후 최저수준인 1천1백4.40원을 기록한후 널뛰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추석후 1천1백원대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환율 하락은 수출상품 가격경쟁력을 약화시켜 수출에 악재로 작용한다.

무역협회 유인열 이사는 "당장 수출이 큰 타격을 받진 않겠지만 환율 하락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여 중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비틀거리는 증시 =주식시장이 침체에 빠져 자금시장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작년 말 1,028.07포인트에서 8일 현재 653.68포인트로 하락했으며 코스닥 지수는 같은 기간 256.14포인트에서 102.37포인트로 무려 1백50포인트 이상 추락했다.

일부 중소벤처기업들의 자금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 늘어나는 단기외채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외채는 7월 말현재 4백78억달러로 작년 말보다 86억달러 늘었다.

단기외채에다 만기 1년 이상인 장기외채중 1년내 만기가 돌아오는 장기외채를 더한 유동외채는 6백45억달러로 작년 말보다 85억달러 증가했다.

정부는 경기회복으로 무역신용이 늘어서라고 설명하지만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이 52.9%(7월말 현재)로 태국(48.5%) 중국(15.3%) 말레이시아(29.7%)보다 높다.

단기외채 비중이 높다는 얘기다.

◆ 고삐 풀린 물가 =8월중 소비자물가는 전달보다 0.8% 올라 지난해 10월 이후 10개월만에 월간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의료보험 수가, 지하철 요금 등 공공요금이 물가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국제유가 강세와 내년부터 대폭 오르는 유류세로 인해 물가는 앞으로 더 높게 뜀박질할 전망이다.

특히 풋고추 닭고기 마른멸치 상추 소금 고속버스료 상수도료 등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물가는 8월에 전년동기 대비 4.1%나 올랐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