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주식시장에서 반도체주가 일제히 ''수난''을 당하고 있다.

지난 8월에 반도체 경기정점 논란이 불거져 나온 이후 주가가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국내 시장에선 외국인이 삼성전자 현대전자를 대량으로 팔아치우면서 주가를 사정없이 끌어내리고 있다.

D램가격 상승에 힘입어 반도체주가 한동안 ''최고 미인주''로 떠올랐으나 이젠 ''주가하락의 주범''이 돼버렸다.

종합주가지수는 연중 최저치에 근접했으며 코스닥주가는 100선마저 붕괴될 위험에 처해 있다.

◆ 세계 반도체주 연쇄쇼크 =미국의 대표적 반도체주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인텔이 폭락한 충격으로 일본의 NEC, 대만의 타이완세미컨덕터, 싱가포르의 차터드세미컨덕터, 한국의 삼성전자 현대전자가 연쇄폭락했다.

지난 6일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10.80%, 인텔은 5.1%나 폭락했고 7일 장중 NEC는 2.92%, 타이완세미컨덕터 2.23%, 차터드세미컨덕터는 4.22%의 급락세를 보였다.

삼성전자와 현대전자는 외국인이 각각 54만주(1천3백39억원)와 4백45만주(7백56억원)를 순매도해 6.99%, 7.76% 떨어진채 마감됐다.

7일 외국인 순매도 금액중 두 종목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코스닥시장에선 주성엔지니어링 세종하이테크 우영 아토 등 반도체장비관련주가 동반하락세를 보였다.

◆ 폭락배경 =반도체 경기둔화 전망이 주가하락을 부채질했다.

지난 8월중 미국의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 메릴린치증권이 반도체경기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데 이어 이번엔 인텔과 마이크론테크놀로지 투자등급이 하향조정됐다.

지난 5일 미국 US뱅코프 파이퍼 재프리사의 반도체업종담당 애널리스트인 애쇼크 쿠마르는 "인텔의 4.4분기 매출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른 반도체주와 비교할 때 주가도 이미 정점을 지나 투자등급을 ''강력매수''에서 ''매수''로 한단계 하향조정한다"고 밝혔다.

6일엔 미국 DLJ(도널드슨 루프킨 앤드 젠렛)증권이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투자등급을 ''매수''에서 시장수익률보다 낮은 수익률을 낼 것임을 의미하는 ''Underperform''으로 두단계나 떨어뜨렸다.

목표가격도 기존의 1백22달러에서 50달러로 대폭 조정했다.

이는 6일 종가인 70달러보다 낮은 가격이다.

하향조정한 배경으로는 향후 D램의 현물가격과 고정거래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우려돼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란 점을 들었다.

◆ 삼성전자.현대전자주의 앞날 =삼성전자의 경우 강한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25만원선이 무참히 붕괴됐으며 전저점인 24만원선마저 무너져 내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가 주가부양을 위해 1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다는 설까지 나돌았다.

증권거래소는 회사측에 이를 확인해 달라는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이같은 하락세에도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에 대한 투자등급을 ''매도''로 제시한 국내외 증권사는 아직 없다.

UBS워버그증권이 최근 삼성전자의 목표가격을 70만원에서 60만원으로 하향조정한 정도다.

이 증권사의 조너선 더튼 이사는 "반도체 경기는 2002년께나 가서야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며 "한국의 반도체주는 여전히 투자메리트가 있다"고 설명했다.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도 현대전자와 삼성전자에 대해 최근 ''매수'' 추천의견을 낸 적이 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