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위태롭다.

연일 이어지는 외국인의 매도공세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 떠도는 얘기들은 다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구구하다.

지난 7월에 불거져나온 반도체 경기 정점론에서부터 외국인 포트폴리오 교체설까지 주가를 짓누르는 얘기들이 곳곳에 무성하다.

하지만 이 모든 얘기들이 삼성전자 주가의 약세를 설명하기에는 미흡하다는 것이 반도체 관련 애널리스트들의 의견이다.

오히려 삼성전자를 둘러싸고 있는 수급구조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개숙인 삼성전자=5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3.56% 떨어진 25만7천5백원에 마감됐다.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본격화한 지난달 28일 이후에만 20% 가량 하락했다.

이 기간 외국인의 매도물량은 7천억원어치에 달한다.

시가총액도 지난달초 47조원 수준에서 38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급격히 낮아졌다.

지난달초까지만 해도 18%를 넘어서던 시가비중이 15%대로 떨어졌다.

주가가 힘없이 주저앉으면서 기술적인 지표들도 엉망이 됐다.

5일 이동평균선은 중기이동평균선 아래로 내려와 추가 하락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황창중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5만원대의 주가는 올 2월말 이후 최저치이며 지난해 중반 이후 형성된 박스권에서도 최하단에 해당하는 수준"이라며 "추가 하락할 경우에는 더 이상 의미있는 지지선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기업내용보다는 수급=삼성전자 자체 실적보다는 현 수급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의 매도공세도 문제지만 이를 받아줄 주체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 더 큰 악재로 거론되는 분위기다.

수급의 발목을 잡는 대표적인 요인은 현재 투신사 펀드에 적용되고 있는 ''10% 룰(rule)''.펀드별로 동일종목을 10% 이상 채우지 못한다는 이 규정 때문에 투신사의 펀드매니저들은 삼성전자의 주가를 쳐다보기만 할 뿐이다.

한상수 대한투신 펀드매니저는 "대부분의 펀드가 이미 삼성전자를 10% 이상 채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 투신사는 여기에 그룹별 한도까지 적용돼 더더욱 꼼짝 못하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매도물량이 조금만 늘어나도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끝은 어디인가=연일 주가가 힘을 잃고 있지만 추가 하락을 점치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24만∼25만원선 이하로 주가가 가라앉을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익철 동원경제연구소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경기정점을 논하는 것은 아직 이르고 단말기나 TFT-LCD의 매출감소가 삼성전자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지 않다"며 "삼성전자의 외국인 보유비중이 현재수준인 55%선에서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황창중 팀장도 "반도체 비수기에 대한 우려가 현재 선반영되고 있다"며 "25만원선이 쉽게 무너질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