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의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7월 반도체 경기 정점논쟁에 이어 반도체 업체간 특허소송,SK텔레콤의 신규단말기 공급중단 등 악재가 잇따라 불거져 나오면서 주가가 힘을 잃고 있다.

31일 증시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2만8천원(9.29%) 하락한 27만3천5백원에 마감됐다.

한때 26만9천원까지 밀렸다. 30일 주가가 2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떨어진 직후 나온 급락이어서 충격이 더했다.

유럽시장에서 거래되는 삼성전자 DR(주식예탁증서)도 30일 3.25% 하락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급락한 것은 외국인으로부터 집중 매도를 맞았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31일 하루에만 2천9백46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또 지난달 28일 이후 4일 연속 순매도를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한양증권은 "최근 삼성전자 보유비중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한 일부 외국계 펀드가 보유비중 축소에 나서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한양증권은 외국인이 현재 56%선인 지분율을 1%만 내린다고 하더라도 매도우위가 열흘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도전환은 외국계 증권사가 인식을 부정적으로 전환한 것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UBS워버그증권은 삼성전자에 대한 보고서에서 △세계 가정용PC의 성장둔화에 따른 D램 반도체 수요 둔화 △셀룰러 핸드폰의 출하량 감소 △TFT-LCD가격 하락 △인텔의 기가급펜티엄Ⅲ 출시 연기 등을 부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워버그는 이러한 분석에 기초해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강력매수''에서 ''매수''로 낮췄다.

현대전자 및 마이크론과 램버스간 에 벌어지고 있는 반도체 특허소송도 삼성전자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만약 소송에서 현대전자와 마이크론이 진다면 삼성전자도 어느 정도 로열티를 낼 수밖에 없어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SK텔레콤이 011 및 017대리점에 신규 단말기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한 점도 악재.여기에다 8천억원 이상의 매수차익거래 잔고중 6천억원 정도가 청산될 전망이어서 단기적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 반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삼성전자측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일부 악재가 거론되고 있지만 펀더멘털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며 "증시가 과잉반응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삼성전자는 또 "올해 6조∼7조,내년엔 8조∼9조원의 이익이 기대되는 등 수익성이 여전히 높아 주가가 조만간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