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일드 CBO 등 투자신탁회사 펀드에 공모주를 특별배정토록 한 현행 공모주 청약제도가 코스닥 시장을 황폐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규등록(상장) 종목의 주가를 왜곡시켜 코스닥시장의 안정적 성장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이제는 본래의 목적인 투신권 자금이탈 방지에도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투신의 자금이탈 방지는커녕 투신의 신뢰만 떨어뜨리는 부작용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금융감독위원회의 공모주 특별배정 정책이 결국은 코스닥 시장의 발목을 잡고 투신사들도 더 고통스럽게 만드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얘기다.

◆반발속에 강행된 특혜 배정=금융감독위원회는 지난해 대우 회사채 쇼크를 극소화하는 방안으로 공모주 청약을 활용했다.

투신사의 채권형펀드에서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를 막기 위해 공모주 특혜 배정이라는 ''당근''을 내건 것이다.

지난해 11월 이후 올 5월까지 줄줄이 선보인 하이일드(고수익)펀드 CBO(후순위채)펀드 뉴하이일드펀드 등이 당근(공모주특별배정)을 섞은 새 상품이다.

금감위는 지난해 11월 1차로 ''유가증권인수업무에 관한 규정''을 고쳐 하이일드펀드 군(그룹)엔 코스닥 공모주 물량의 10%가 돌아가도록 조치했다.

그 뒤에 나온 CBO펀드와 뉴하이일드펀드엔 한술 더 떠 20%씩 할당했다.

합해서 공모주 물량의 50%를 투신펀드들이 가져가는 꼴이 됐다.

자동적으로 일반 개인들의 배정비율은 기존의 50%에서 15%로 뚝 떨어졌다.

다른 기관투자가에 대한 배정비율도 30%에서 15%로 줄었다.

◆1년도 안돼 애물단지로=지난 25일 현재 투신권의 고수익펀드와 후순위채펀드의 잔고는 각각 9조4천억원 및 12조원이다.

여기에 뉴하이일드펀드 4조1천억원을 더하면 모두 25조5천억원의 자금이 공모주 청약과 관계있는 펀드 상품에 들어 있다.

한국투신 관계자는 "올봄까지만 해도 펀드규모가 작아 공모주 약발이 먹혔으나 지금은 코끼리 비스켓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작 투신관계자들은 앞으로의 사태를 걱정하고 있다.

대한투신 관계자는 "공모주 약발 등을 믿고 작년말에 연 12~13% 정도의 목표수익률을 제시하면서 고객을 붙잡았는데 수익률이 이에 미달,고객들로부터 ''늑대 소년'' 취급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11월에 팔기 시작한 펀드들의 만기가 속속 돌아올 시즌이 임박했지만 정작 연 10% 정도의 실적배당도 힘들게 된 펀드들이 속출,투신 신뢰도만 또 낮아지고 있다는 것.

◆코스닥시장 문제점으로도 부상=코스닥시장에서는 신규상장(등록)주 투자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최근들어선 신규 상장주들이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B증권 코스닥팀장은 "시황추세에 따라 신규 상장주들이 약세를 보이는 점은 어쩔수 없지만 제도상의 문제로 매물세례를 맞는 것은 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투신사펀드들은 특혜로 배정받은 공모주를 장기 보유할 필요가 없다.

상장후 1주일 이내에 매도(단타)하는 것이 투신권 관행으로 굳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투신사 담당자는 "지난 7월24일부터 코스닥 공모주의 시초가 결정 방식이 바뀌어 이론적으로 상장 첫날 단 하루만에 시세가 거의 다 반영된다"며 "기다리면 바보 취급 당한다"고 강조했다.

자연히 청약때 공모주 물량을 조금 더 받기 위해 1개월 이상 보유를 약속하는 펀드는 찾아 보기 힘들게 됐다.

그 결과로 지난 24일 첫거래가 이뤄진 이오테크닉스의 경우 28일까지 단 3일(거래일기준)동안 기관투자가들이 배정물량의 3분의 1 정도를 매물로 쏟아냈다.

절대다수가 투신사 펀드 매물이다.

한성엘컴텍 한빛아이앤비 페타시스 국순당 중앙바이오텍 오리엔텍 프로소닉 등 요즘 상장하는 코스닥 종목은 거의 예외없이 초장부터 투신펀드의 매물공격을 받았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지난 28일 정부부양책 기대감으로 코스닥에 폭등장세가 나타났지만 신규상장주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시장원칙에 따른 수술 시급=이필상 고대 교수는 "지엽적인(땜질식) 대책으로 인해 투신사에도 근본 치료약이 안됐고 공모주에 대한 불신만 키웠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직접시장(공모주시장)과 투신 부실 문제를 연계시키지 말고 시장 원칙에 입각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홍모·주용석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