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에서 내년 말까지 무려 82조원 규모의 회사채가 만기도래해 정크본드시장 활성화 등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엄청난 혼란이 예상된다.

자칫하면 금융시장이 무너져 기업들이 대거 도산의 위기로 내몰릴 것으로 지적된다.

4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8~12월중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모두 23조2천5백5억원에 달한다.

지난 1~7월 만기도래 물량(11조원)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게다가 내년에는 그 규모가 58조8천5백72억원으로 급격히 늘어난다.

앞으로 17개월 동안 82조1천77억원어치의 회사채가 만기도래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로 들어선 시기를 전후해 기업들이 집중 발행한 회사채가 ''시한폭탄''이 되어 돌아오고 있는 것이라며 특단의 대책을 촉구했다.

특히 자금성수기인 12월에 만기도래하는 물량이 10조6천46억원으로 가장 많아 그 이전에 안정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권시장은 이미 마비 상태다.

삼성 LG SK 롯데 등 4대 그룹이 발행한 회사채를 제외하고는 거래가 완전 두절된 상태다.

투자등급을 받은 중견기업과 중소기업들조차 회사채 발행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 계열사 회사채에 대한 거래는 부분적으로 재개됐지만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외면당하고 있다.

정부가 프라이머리CBO펀드 등을 조성, 대응하고 있지만 절대 물량면에서도 회사채를 사들이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어서 미봉책에 불과한 것으로 지적된다.

박현주 미래에셋 대표는 "몇몇 대기업 계열사의 채권을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의 경우 신용등급에 관계없이 완전히 외면받고 있는게 현실"이라며 신용등급별로 차별적인 금리를 적용, 거래활성화를 유도하는 등의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홍성일 한국투신 사장은 "부실채권에 투자하면 민사상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이라며 "투자에 따른 손실은 경영책임으로 끝낼 수 있도록 해 자유롭게 투자판단을 하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