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무역 적자대국''

기술한국의 암울한 현주소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기술무역수지는 만성적인 적자를 거듭하는 가운데 적자 규모가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기술무역수지는 지난 96년 이후 매년 20억달러 이상 적자를 기록중이다.

지난해 적자 규모는 24억9천만달러에 달했다.

기술무역수지란 기술도입 대가로 해외에 지급하는 금액과 기술수출액과의 차이를 말한다.

◆ 눈덩이 기술수지 적자 =한국은행의 ''95∼99년 기술무역수지 동향''에 따르면 이 기간중 선진국 기술도입에 따른 지급액은 1백17억3천1백만달러로 집계됐다.

기술수출 실적은 7억1천8백만달러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최근 5년간 기술무역수지 적자는 올해 무역수지 흑자 목표와 맞먹는 1백10억1천3백만달러(연평균 22억달러)에 달했다.

90∼94년(연평균 10억2천만달러)의 배가 넘는 액수다.

"한국의 기술무역수지 적자액이 매년 20억달러를 넘어서 서비스 수지 적자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게 한은의 지적이다.

최근 5년간 기술대가 지급액을 나라별로 살펴보면 미국이 65억4천2백만달러로 55.8%를 기록했다.

일본이 29억4천9백만달러(25.1%)로 뒤를 이었다.

이어 독일 5억3백만달러(4.3%), 프랑스 3억5천9백만달러(3.1%), 영국 3억5천6백만달러(3.0%) 등의 순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 70년대 후반까지는 일본이 44.1%로 수위를 차지했으나 80년대 이후 갈수록 미국에 대한 기술의존도가 높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업종별로는 중화학공업 부문의 기술도입 비중이 전체의 83%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중 전기.전자업종의 기술도입 비중이 51.9%로 절반을 넘었다.

◆ 표류하는 기술한국 =이처럼 기술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된 것은 반도체 등 일부 제품을 제외한 한국 기술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47개국을 대상으로 2000년 국가경쟁력을 조사한 결과 과학기술 부문에서 한국의 경쟁력은 중위권인 22위에 그쳤다.

일본(2위)은 물론 경쟁국인 싱가포르(9위)나 대만(12위)에 비해서도 크게 뒤떨어져 있는게 현실이다.

실제로 한국의 명목 GDP대비 연구개발비 비율 및 제조업체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97년 기준)은 각각 2.89%와 2.57%로 일본의 3.12%, 3.67%를 크게 밑돌고 있다.

한은은 "한국의 기술개발 투자는 많이 증가해 왔지만 해외시장에서 경합도가 높은 일본에 비해선 아직 부족한 수준"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 핵심기술의 자립도를 높여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성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격 경쟁력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상품의 품질 경쟁력을 높여야만 경상수지 흑자기조를 정착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